조양호 회장 경영권 빼앗은 대한항공 주총…고성과 삿대질 ‘공방’

  • 뉴스1
  • 입력 2019년 3월 27일 11시 36분


채이배 “황제경영” 총수일가 비판… 일부 주주 “국회 돌아가라” 반발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대리인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19.3.27/뉴스1 © News1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대리인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19.3.27/뉴스1 © News1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여부로 관심을 모은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 현장은 시작부터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친기업 성향의 주주들과 조 회장 및 총수 일가의 비위를 성토하는 주주들간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먼저 제1호 의안인 재무제표 승인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주주권을 위임받은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땅콩회항 사례 등에서 보듯 조 회장 일가의 황제경영으로 한진과 대한항공이 어려움에 직면했고 평판 역시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채 의원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일부 주주들은 “국회로 돌아가라”는 등 언성을 높였다. 이에 채 의원도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주주의 발언권을 보장해 달라”며 일갈했다.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도 오너가의 배임·횡령 혐의, 관세법 위반 혐의를 거론하며 “이사회에서 어떤 진상규명과 조치를 취하는지 답변해 달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일부 주주들은 “아직 재판 중인 사안인데 왜 비판하느냐”고 반발하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삿대질을 하기도 했다. 결국 우 부사장은 “안건과 상관없는 발언은 자제해달라”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진정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제3호 의안인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을 두고 극에 달했다. 조 회장 연임 안건은 의결권 있는 주식수 64.1%의 찬성표를 얻는 데 그쳐 부결됐다. 참석 주주의 3분의 2(66.6%)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 조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당초 현장에서 치열한 표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던 해당 안건은 대한항공측이 주총 전 사전 위임장, 외국 투자자, 주식수 등 아침까지 파악한 표를 집계한 결과만 발표했다.

이 때문에 현장에 참석한 일부 주주들은 표를 행사하지 못한 데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 ‘다시 한 번 찬반 집계를 해달라’, ‘표를 행사하러 온 거지 결과만 들으러 온 게 아니다’라는 등 반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편, 이날 표결에 따라 조 회장은 1999년 아버지 고(故)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오른 지 20년만에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잃게 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금일 결정된 사안이라 아직 입장 표명할 단계가 아니다”며 “향후 절차에 따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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