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 쏠린 기업들 눈…대북 제재 완화하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27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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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남북 경협 대비해 TF 꾸리고 사업 검토
급격한 제재 완화 어려워…中企 진출 선행할 듯
개성공단 기업인들 "우리 정부, 적극적 액션 필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세기의 담판을 앞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의 눈도 베트남 하노이를 향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 제재가 완화해 대북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 경제가 개방된다면 주변국들과 국제기구, 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규모 투자를 하기에는 아직 위험 부담이 있는 만큼 대기업 위주 대북 사업보다는 중소기업들의 진출이 먼저 진행할 전망이다. 특히 개성공단 기업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남북 경협이 본격화될 때를 대비해 부지런히 대응을 준비 중이다.

롯데의 경우 지난해 북방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북한은 물론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까지 아우르는 북방 지역을 연구하고 있다.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장인 오성엽 사장을 팀장으로 임원 8명이 참여하고 있다.

롯데는 개성공단에 초코파이, 칠성사이다 등 상품을 유통한 경험을 살려 다양한 대북 사업을 검토 중이다. 과거 초코파이를 북한에서 직접 생산하는 안도 논의됐으나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해당 사업은 이뤄지지 못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정치·외교적 문제가 선결되기 전 민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정기적으로 모여 계열사별로 시장 연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강산관광 사업자이자 개성공단 개발사업권자인 현대아산도 두 사업이 재개할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올 초 “올해 (금강산 관광이) 다시 열렸으면 하는 게 희망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한화그룹도 북한 내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면 산업용 화학 등 사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으로 한화 등 경협 관련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북사업TF를 구성했다.

재계가 대북사업에 말을 아끼는 것과 달리 갑작스러운 개성공단 폐쇄로 몸만 빠져나온 중소기업인들은 더욱더 적극적인 정부 대책을 주문했다. 이들은 북미 정상의 두 번째 만남에 ‘들뜨지 않고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현 정부 들어 남북·북미 간 괄목할 만한 관계 설정을 거뒀으나 비핵화를 놓고 긴장이 팽팽해질 때마다 기업인들은 낙관과 비관을 반복해 겪어온 탓이다.

기업인들은 이날부터 서울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 내 협회 사무실에서 정상회담을 지켜볼 계획이다. 회담 종료 후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내달 4일 비대위에서 다룰 안건을 정할 계획이다.

개성공단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기대가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기업인들)모두가 착 가라앉은 채로 회담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은 중단 3년에 접어든 상황. 그간 기업인들은 통일부에 ‘공단 내 시설물 점검 차원’ 방북을 7차례 신청했으나 모두 성사하지 못했다. 재가동에 대비해 꾸린 TF는 지난해 10월 말 제7차 회의를 끝으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비대위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도 진행했으나 우리로서는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현실”이라며 “우리 운명이 걸린 문제를 미국과 북한에 맡긴다는 것이 참담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개성공단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서 금강산이나 개성공단 모두 구체적으로 명시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비핵화 프로세스에 이어 별도로 마련되는 실무회담”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대북조치 전체를 완화하지 못해도 개성공단이나 금강산이 비핵화의 촉진이라는 것을 안다면 우리 정부도 적극적인 액션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옥성석 나인모드 대표는 “금강산은 되고, 개성공단은 (재개가)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일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다”며 “세부사항은 아니더라도 큰 줄기의 언급만은 나오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공단 재개는 올해도 물 건너갔다는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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