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손 들어준 통상임금 2심 판결에…사측 “유감” 노조는 “환영”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22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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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판결 유감...검토 후 상고 여부 결정"
노조 "당연한 결과...사측 회피 말고 합의 나서야"

청구액 1조926억원(원금 6588억원, 이자 4338억원)이 걸린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 노사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기아차는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힌 반면 노조는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윤승은)는 22일 기아차 근로자 가모씨 등 2만7400여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중식대와 가족수당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돼 근로자들은 1심에서 인정된 원금 약 3126억보다 1억 줄어든 약 3125억원을 지급받는다.

가씨 등은 “2008년 8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지급된 상여금과 영업직에 지급된 일비, 중식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이 기준으로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연차휴가수당 미지급분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2011년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청구금액 1조926억원 중 4223억원을 기아차가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의 인정 여부였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해야 한다는 민법상 개념이다.

기아차는 소송에서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설령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들의 청구는 신의칙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기아차와 노조는 임금협상 과정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실무가 장기간 계속돼 정착됐던 것으로 보여 사측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게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근로자들이 마땅히 받았어야 할 임금을 이제야 지급하는 것을 두고 비용이 추가적으로 지출된다는 점에만 주목해 이를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관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한 기아차는 유감을 표하며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아차는 22일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선고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선고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기아차 노조는 소송과는 별도로 지난해 9월부터 본회의 5회, 실무회의 9회 등 통상임금 특별위원회를 운영해 오고 있다”며 “자율협의를 지속해 나가면서 노사 간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아차가 2심에서도 패소하면서 업계에서는 “기업에만 부담을 지우면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약속을 깨는 한쪽 당사자의 주장만 받아들여 기업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심히 유감스럽고 승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총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고임금이라는 고질적 문제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근로자들의 수당을 추가로 올려주게 되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과 국가경쟁력 전반에 어려움과 위기를 가중시킬 것은 단순하고도 명쾌한 인과관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적으로도 자동차산업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을 간과한 채 현실과 동떨어진 형식적 법 해석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며 “대법원은 통상임금 소송에서의 신의성실원칙 취지를 재검토한 뒤 상급법원 역할에 맞는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기아차 노조는 이날 선고 후 기자회견을 열고 “당연한 결과가 나왔다”며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다.

강상호 기아차 노조지부장은 “1심 판결이 거의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보면 되고,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노조는 통상임금 소송을 9년째 하면서 이 소송 자체가 기아차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현재 사측과 논의하며 조기에 원만하게 타결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2심에서 인용 금액이 약 1억원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상고 여부는 대리인들과 상의해봐야겠지만, 작은 세세한 항목까지 노조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지부장은 “기아차 노사는 상여금 특별위원회 속에서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 합의 중”이라며 “회사 측은 더 이상 교섭을 회피하려 하거나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적용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완전히 버리고, 노조와 원만히 합의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노조 측 대리인 김기덕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회사의 경영상태를 구체적으로 살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위반으로 노동자들의 임금 청구가 인정되지 않는데 엄격히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며 “휴무 토요일의 근로에 관해 휴일근로수당 청구를 인정한 부분은 많은 사업장에서 휴일로 인정하지 않는 현실에서 노동자의 청구를 인정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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