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EU도 보조금 주면서… 한국 ‘해운-조선 로드맵’에 딴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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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이어 EU, WTO제소 동참 검토… EU “제3자로 참여”… 日과 공동전선
韓 “日 정부는 금융과 묶어 투자 중국 정부는 대놓고 조선사 지원”
분쟁대응단 꾸려 자료수집 나서

“한국 정부의 현대상선에 대한 지원은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 주요 감독 당국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독일 하파크로이트 최고경영자·CEO 롤프 하벤 얀센)

일본과 유럽이 한국 정부의 해운·조선 지원안에 제동을 걸면서 국제 소송전으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국가는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신규 선박이 발주되면 국제 해운 운임과 선박 가격에 영향을 줘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중국 일본 유럽 국가의 해운 산업도 정부 지원이 밑바탕이 됐다며 대응을 준비 중이다.


○ 일본 유럽연합(EU) 공동전선 “한국 때문에 조선 산업 피해 크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일본이 지난해 11월 한국의 조선 및 해운 지원 정책이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 위반이라며 WTO에 제소한 데 이어 EU도 동참을 검토 중이다.

일본이 WTO 분쟁해결절차상 양자협의를 요청함에 따라 한일 양국은 지난해 12월 19일 양자협의에 나섰다. WTO 분쟁해결절차에 따르면 협의 요청을 받은 당사국은 30일 이내에 제소국과 협상을 개시해야 하며, 이후 60일간 협의를 통해 합의하지 못할 경우 제소국은 WTO에 분쟁해결패널(분쟁 조정기구) 설치를 요청할 수 있다. 일본은 양자협의를 토대로 패널 설치를 검토하고 있어 이르면 2월에 패널 설치 후 공식 분쟁 조정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EU도 일본과 한국의 양자협의에 제3자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사실상 일본과 EU가 공동 전선을 구축한 셈이다.

일본과 EU가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은 지난해 4월 한국 정부가 위기에 빠진 국내 해운과 조선업계를 살리기 위한 각종 로드맵을 제시하면서부터다.

일본은 한국이 WTO 보조금협정을 위반해 가며 조선소를 지원해 저가수주를 조장했고, 이로 인해 일본 조선사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국책 금융기관이 2015년부터 대우조선해양 등에 지원한 금융 지원 △선박 수출 보증·보험 △선박 건조 구매·지원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또한 한국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도 문제 삼았다. 해운사에 대한 신규 선박 지원이 결국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로 이어지는 만큼 WTO 보조금협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2015년 이후의 선박 금융 지원과 자금 대출을 어떻게 했는지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주도하는 해양진흥공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서별관 회의라는 곳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등의 자료까지 요구하고 있다.

한 해운업체 관계자는 “덴마크 머스크사는 ‘현대상선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대놓고 견제하더라”고 전했다.


○ 분쟁대응단 꾸린 정부… 전문가들 “일본 승소 쉽지 않아”

한국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을 단장으로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로펌 전문가들로 구성된 분쟁대응단을 꾸리고 일본의 주장을 소명할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WTO 보조금 협정 위반이 성립하려면 크게 2가지가 입증돼야 한다. 한국 정부나 공공기관이 특정산업과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걸 입증해야 하고, 그로 인해 일본의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일본 측 승소가 쉽진 않겠지만 섬세히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통상 전문가는 “정부 정책에 함께한 각종 기관들이 정부의 지시에 모두 따른 것도 아니고, 자체 판단에 의해 지원 사업을 한 것임을 입증한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중국은 정부가 대놓고 조선사를 지원하는 마당에 오로지 한국 때문에 일본 조선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제소국의 약점을 잘 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법무법인 광장 정우영 변호사는 “일본은 해운과 조선, 금융 투자를 하나로 묶어서 조선 해운업 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은 민간 금융기관들이 나서고 있다고 항변하겠지만, 실상은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기에 이런 점을 문제 삼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김영무 선주협회 부회장은 “유럽 선사들은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으로 덩치를 키워 세계 해운시장을 주름 잡게 됐다. 중국에는 아무 말 못하면서 한국만 문제 삼는 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주애진 기자
#해운#조선#eu#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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