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카드사 제살깎기 경쟁 스스로 해결 못해”
학계 “정부가 시장왜곡…정책 균형감각 잃어”
금융당국이 카드수수료 개편과 관련해 카드업계의 과당경쟁 환경을 조성한 책임을 피하고 카드사의 마케팅 관행만 탓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식 신용카드학회장은 1일 “정부가 IMF 사태 이후 내수진작을 위해 의무수납제 등 카드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카드 시장을 왜곡했고, 이후 가맹점 중심 정책을 펴면서 균형감각을 상실했다”고 일갈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달 29일 ‘카드사 고비용마케팅 관행 개선 기본방향’을 발표하면서 “카드사 간 과당경쟁 심화로 카드사가 자율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감축하기 어렵다”며 “카드산업 건전성 제고를 위해 업계와 함께 마케팅 관행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비판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당국의 행태는 의사가 사람을 때려놓고 환자가 스스로 치료를 못 하니 도와주겠다는 꼴”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당국의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어쩔 수 없이 부가서비스를 줄여야 한다”며 “이마저도 약관 변경을 허가해주지 않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당국이 카드수수료 논란의 가장 큰 책임자라는 지적이다. 일반적인 카드시장에서 가맹점은 신용카드 수납에 따른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카드사와 계약한다. 가맹점 수수료율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조정된다. 하지만 정부는 IMF 사태 이후 내수진작·조세 투명성을 위해 카드 의무수납과 소득공제 등 카드 이용 활성화 정책을 폈다. 가맹점이 높은 수수료율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우대수수료율·적격비용체계를 도입하면서 가격에도 개입했다.
이에 전체 민간소비지출에서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었다. 정부는 세원을 확보해 가장 큰 수혜를 입었지만, 신용카드의 고비용 구조와 과당경쟁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은 모두가 분담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화살을 카드사에 돌리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카드수수료 개편안 취지를 설명하면서 “신용카드가 민간소비 지출의 70%를 차지한다면 사실상 독과점적”이라며 “다른 저비용 결제 수단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면 과도한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이명식 신용카드학회장은 “정부가 카드사 간 과당경쟁의 단초를 제공해놓고 일방적으로 카드사를 압박한다면 지급결제 서비스산업 전체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한 대형카드사 관계자도 “기업의 공정한 경쟁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은 당연히 지출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개입하려는 시도 자체가 문제인 만큼 방법론의 잘잘못을 따지는 건 의미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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