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실종”… 서울 집값 흔드는 박원순 강북개발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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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여의도 이어 강북권 투자 발표… 도시철도 4개 노선 주변 시세 들썩
중개업소 “넉달된 매물 바로 팔려”… 과열 분위기 아파트값 더 자극


“넉 달째 안 팔리던 벽산라이브파크(전용 114m²)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북 우선’ 투자 발표 다음 날 4억8000만 원에 바로 팔리더라니까요.” 21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송천공인중개사사무소의 탁윤숙 공동대표의 말이다. 그는 “인근 SK북한산시티아파트(전용 84m²)를 내놨던 집주인도 집값이 더 오를 거 같다며 매물을 거뒀다”고 전했다.

박원순 시장이 19일 옥탑방 생활을 끝내며 발표한 강북권 중심의 ‘도시균형발전’ 정책 구상이 가뜩이나 달아오른 서울 집값을 더 자극하고 있다. 2022년까지 착공하겠다고 한 경전철(도시철도) 신규 4개 노선(우이신설선 연장선, 목동선, 면목선, 난곡선)이 지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강북권 전체가 기대에 들뜬 모습이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미아동 일대 재개발구역에선 매물이 아예 자취를 감췄다. 박 시장 구상에 따르면 강북구에는 모노레일, 우이신설선 연장선 등 각종 교통 인프라와 주차장, 복지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인근 H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번 주 들어 문의 전화가 평소의 두 배로 늘었다. 20일에는 한때 ‘네이버 부동산’ 서버가 다운돼 강북구 매물 검색이 안 됐을 정도”라고 했다.

경전철 목동선이 지나게 될 양천구 목동 일대 중개업소에도 투자 문의가 쏟아졌다. 목동신시가지 7단지 인근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7월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발표 후 여기까지 투자 열기가 번지면서 아파트 매물이 3000만∼4000만 원 오른 가격에 거의 소진됐다. 지난 주말 발표 이후로는 그나마 남아있던 매물도 집주인들이 거둬들이며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목동신시가지 4단지 인근 M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용 48m² 아파트의 호가가 최근 9억 원까지 올랐는데 목동선 착공 소식 이후 10억 원은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분위기가 됐다”고 했다.

이런 기류는 집값 상승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중랑구 면목동으로도 번지고 있다. 인근 S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주말 이후 전화를 10통 넘게 받았다. 면목두산아파트 4단지 30평형대 아파트를 이달 초보다 1000만 원 더 비싼 5억 원에 계약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면목선의 반대편 종착역이 될 동대문구 청량리 일대도 기존 재개발 호재에 더해 집값 상승 기대가 커진 모습이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번 발표에 따른 ‘박원순 수혜주’ 찾기가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계획이 여의도·용산과 달리 대규모 개발이 아닌 데다 경전철의 사업성이 떨어져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등 실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북권에 교육과 생활 인프라를 집중 투자해도 강남권과의 격차를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최근 불안해진 서울 집값을 자극하기엔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4.8% 올라 이미 지난해 연간 상승률(4.7%)을 넘어섰다. 강북권과 강남권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아파트 신고가(新高價)가 속출하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지방에서도 서울 아파트에 투자하려는 지금 상황에서 개발 호재까지 얹은 형국이라 시장의 투자심리를 더 자극할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박 시장의 균형개발 계획이 강북 집값을 강남만큼 끌어올려 균형을 맞추려는 계획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박원순#강북개발론#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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