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시중銀 상반기 4750만원 ‘임금잔치’… 평균연봉 1억 눈앞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0일 03시 00분


1년새 6.7% 늘어 5년만에 최대폭
한국씨티-신한-우리 5000만원대… 삼성전자-현대차보다 많아
명예퇴직자 7억 넘게 받기도, 영업익 21% 급증… 이자이익 20조
“4대銀 고용 작년보다 줄어” 비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시중은행 직원들이 올 상반기(1∼6월)에만 1인당 평균 475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시중은행 연봉 1억 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산업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줄고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만 손쉬운 ‘이자 장사’로 큰 이익을 내 ‘임금 잔치’를 벌이고 있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 은행권 ‘연봉 1억 원’ 시대 열리나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반기에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한국씨티·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시중은행 6곳의 직원 1명당 평균 급여액은 4750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450만 원)보다 6.7%(300만 원) 올랐다. 이는 2013년(19.1%)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시중은행 직원들은 상반기에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4300만 원)나 현대차(3700만 원) 직원보다 급여를 많이 받은 셈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상반기 직원 1인당 급여가 지난해보다 줄거나 같은 수준이었다.

시중은행 6곳 중 급여가 가장 많은 곳은 한국씨티은행(5500만 원)이었다. 이 은행의 상반기 급여는 지난해 같은 기간(4900만 원)보다 12%나 올랐다. 이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각각 5000만 원), 하나은행(4500만 원), KB국민은행(4300만 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4200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

명예퇴직을 하며 7억 원이 넘는 돈을 챙긴 직원도 많아 눈길을 끌었다. 5억 원 이상을 받은 직원 중 KB국민은행 퇴직자 4명은 6억8700만∼7억3000만 원을, 신한은행 퇴직자 5명은 7억4600만∼8억4500만 원을 받았다. 또 우리은행 퇴직자 5명은 6억3400만∼7억1900만 원을, KEB하나은행 퇴직자 4명은 6억2500만∼7억8700만 원을 챙겼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 급여가 워낙 많으니 이에 비례해 퇴직금도 많이 산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퇴직할 때 자녀학자금 등 복지혜택을 일시에 받는 경우도 있어 퇴직금이 많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신입 직원 채용을 위해 명예퇴직자를 늘리려 퇴직금을 높게 책정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 고용에는 소극적인 은행들
        
은행권이 이렇게 ‘임금 잔치’를 벌일 수 있는 것은 상반기에 워낙 많은 영업이익을 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를 제출한 은행권 상장법인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3조235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6686억 원)보다 21.2% 늘었다. 영업이익 증가 폭은 금융업 전체 평균(13.41%)이나 전체 업종 평균(8.56%)보다 훨씬 높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국내은행이 올린 이자이익은 19조7000억 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9.5% 올랐다.

은행들은 ‘실적 잔치’, ‘임금 잔치’를 벌이면서도 고용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4대 시중은행의 올해 6월 말 현재 직원 수는 5만9591명으로 1년 전(6만1754명)보다 2163명 줄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은 현재의 사업에 안주하지 말고 빅데이터 산업 등 신산업을 부지런히 발굴해 고용을 늘리고 스스로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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