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찾은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의 송파동(백제고분로 45길). 2, 3층짜리 상가 건물이 늘어선 골목에는 빨래방, 철물점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사이로 38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10여 명이 줄지어 서 있는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이었다.
이날 카페를 찾은 남혜린 씨(22·여)는 “여기가 ‘송리단길’이란 얘기를 듣고 찾아왔다”며 “망리단길(망원동+경리단길)에 이어 가장 뜨고 있는 동네”라고 말했다.
석촌호수 인근 백제고분로 45길, 오금로 18길 등으로 뻗어 있는 송파동 거리는 평범한 주거지에 있는 골목상권에 불과했다. 동네 주민들이 저렴한 임차료로 미용실, 슈퍼마켓 등을 꾸려 왔다.
그러다가 1년 전부터 33m²(약 10평) 안팎의 소규모 카페와 식당들이 들어서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송파구에 경리단길이 합쳐진 송리단길로 불리면서 새로운 상권으로 급부상했다.
○ 2년 새 송리단길 고객 77% 급증
이 같은 변화는 삼성카드의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1일 삼성카드가 송리단길의 카드 소비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이곳의 카드 결제 건수는 2016년 6월에 비해 72% 급증했다. 송리단길을 찾은 고객 수도 2년 새 77% 늘었다.
송리단길이 등장하기 전까지 잠실 일대의 전통 상권은 인근의 ‘방이동 먹자골목’이었다. 2년 전만 해도 방이동 먹자골목을 찾는 카드 고객이 송리단길보다 14% 많았다. 하지만 올해 6월 송리단길은 방문 고객은 물론이고 카드 결제 건수도 먹자골목을 따라잡았다. 허재영 삼성카드 빅데이터연구소장은 “인테리어나 메뉴가 돋보이는 트렌디한 가게가 많이 생겨 젊은층이 몰리고 있다”며 “롯데월드타워 개장, 석촌호수 벚꽃축제 등으로 이 지역 유동인구가 늘면서 새로운 상권이 빠르게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송리단길에서도 가장 ‘핫한’ 업종은 소규모 카페로 2년 전보다 매출이 92% 뛰었다. 술집(61%)과 베이커리(59%), 레스토랑(49%) 등도 매출이 급증했다. 이런 ‘핫한’ 가게들에 밀려 동네 주민이 많이 찾는 슈퍼마켓(―10%), 패스트푸드점(―6%) 등은 매출이 떨어졌다. 이 지역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서연 씨(52·여)는 “새로 문 여는 가게들은 주로 젊은 사장이 운영하는 카페와 식당”이라며 “점포 권리금과 임대료가 이미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특히 송리단길 카페를 찾는 나들이객들은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대에 가장 많았다. 카페 이용 고객의 25%가 이 시간대에 몰렸다. 빵집·아이스크림점(31%), 맥줏집(45%) 등은 평일 저녁에 이용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 홍대에 주차하고 연남동 맛집으로
작은 맛집과 디저트 카페 등이 이끄는 신(新)상권의 강세는 마포구에서도 나타났다. 삼성카드가 홍대 상권과 ‘연트럴파크’로 알려진 연남동 상권을 분석한 결과 6월 현재 연남동 일대 일식집(397%)과 카페(270%), 레스토랑(185%) 매출은 2년 전보다 폭발적으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홍대 상권에서는 주차 서비스 업종(392%)의 매출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허 소장은 “홍대 부근에 주차를 하고 연남동으로 이동해 소비하는 인구가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연남동 일식집(29%)과 레스토랑(27%)은 평일 저녁에 찾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퇴근 이후 이곳을 찾는 직장인이 많기 때문이다. 홍대 상권의 주차 서비스는 평일과 주말 모두 저녁 시간(30%)에 이용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삼성카드는 카드 고객 1100만 명이 전국 210만 개 가맹점에서 사용한 15억 건의 소비를 ‘빅데이터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9월 전국을 7만3000여 개 상권으로 분석한 ‘다이나믹 소비지도’를 내놓는다. 여기엔 고객의 소비 동선, 시간대별 소비 현황 등도 담긴다. 삼성카드는 이 소비지도를 통해 가맹점 소상공인들에게 창업, 업종 전환 등과 관련한 컨설팅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허 소장은 “빅데이터 소비지도를 통해 중소 가맹점과 상생하고자 한다”며 소상공인의 폐점율을 낮추고 매출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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