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불협화음’ 진화나선 정부… 학계는 “고용불안 초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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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논란]KDI 보고서 이후 공방 가열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주장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가 4일 발표된 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속도조절론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지적해온 기재부 수장이 한발 물러난 셈이다. 하지만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김 부총리가 불참한 회의에서 내각의 기강 재확립을 강조하고 나서 속도조절론을 둘러싼 갈등이 봉합되지는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불씨 여전한 정부 내 갈등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총리·부총리협의회에서 “하위 1분위 저소득층 가운데 고용 밖 노동자와 자영업자 소득을 위한 특단의 지원 대책 마련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정책 마련을 당부한 것이다.

이어 “2년 차 국정 운영의 본격 추진을 위해 내각 기강을 재확립하고, 긴장감을 가져 달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모든 것이 나빠진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확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며 ‘속도조절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지만 김동연 부총리는 병가를 내고 불참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열린 헬스케어 현장 방문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저임금 논란에 대해 “누가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지혜를 모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날 KDI 보고서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갈등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취지로 보인다.

○ KDI 발표에 대한 논란도 심화

정부 내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산파’ 격인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KDI가 전날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가 부정확하고 편의적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2년 동안 최저임금을 15.3%씩 올리면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국장은 “보고서는 한국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헝가리의 최저임금 고용탄력성 추정치를 가져다가 한국의 사례를 ‘짐작’했다”며 “남의 나라 추정치로 최저임금 효과를 예상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아울러 “KDI가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이 한국과 비슷한 영국의 고용탄력성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경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을 계속해서 많이 올리면 고용 감소의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재반박했다. 당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눈에 띄게 줄지 않지만 매년 급격하게 인상할 경우 고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보고서 내용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미국과 헝가리의 고용 감소 사례를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 민간으로 번지는 정책 공방

KDI 보고서를 계기로 논란이 민간 학계로 번지는 모양새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했다고 본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약간의 비용 상승도 감당하기 버거운 업체들로선 일단 버티기 위해서 고용 축소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KDI 보고서가 보다 정밀한 검증을 거쳤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최저임금 논란의 휘발성을 고려했을 때 경제 조건이 비슷한 국가를 찾아 한국에 적용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조정의 여파 등 한국 상황을 고려한 분석 결과를 보고서에 담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책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제 임금을 주는 자영업자 등의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이건혁·유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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