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말랑말랑 겨울타이어… “눈 꽉 잡아줘 미끄러지지 않아요”

  • 동아일보

눈길 안전 운전법

12일 ‘BMW 스노우 베이직 프로그램’에 참가한 교육생이 눈길에서 겨울타이어를 장착한 BMW차량을 몰며 겨울철 안전 주행 교육을 받고 있다. BMW그룹코리아 제공
12일 ‘BMW 스노우 베이직 프로그램’에 참가한 교육생이 눈길에서 겨울타이어를 장착한 BMW차량을 몰며 겨울철 안전 주행 교육을 받고 있다. BMW그룹코리아 제공
“겨울타이어를 꼭 장착하세요.”

겨울철 자주 듣는 말이다. 하지만 필자는 “타이어가 별 차이 있겠어?”라며 흘려듣곤 했다. 겨울타이어의 위력을 실감하기 전까진 말이다. 12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겨울철 안전 주행을 배울 수 있는 ‘BMW 스노우 베이직 프로그램’이 열렸다. BMW가 4년 째 겨울마다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날의 테마는 겨울타이어와 여름타이어의 성능 비교였다. BMW가 만들어 둔 눈길에서 가속과 감속, 코너링 등을 하며 타이어의 성능 차이를 비교해 봤다.

여름타이어와 겨울타이어는 타이어 소재부터 다르다. 겨울타이어는 낮은 온도에서도 딱딱해지지 않는 성질의 고무로 만들다보니 여름타이어보다 더 부드럽다. 딱딱한 지우개로 책상 위를 밀면 금세 튕겨나가지만, 부드러운 지우개로 책상 위를 밀면 더 잘 밀리는 현상을 떠올려 보자. 겨울철엔 타이어가 말랑말랑함을 잃지 않아야 안전성이 높아진다.

타이어 표면도 다르다. 겨울타이어는 홈이 넓고 깊다. 눈을 최대한 움켜쥐어야 눈길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이어에 눈이 많이 묻어 있을수록 좋은 타이어다. 그만큼 눈을 많이 머금었다는 뜻이다.



겨울엔 겨울타이어 ‘그뤠잇’, 여름타이어 ‘스튜핏’


겨울타이어를 장착한 BMW 330i M스포츠 패키지를 타고 눈길에 올랐다. 가속 패달을 밟자 타이어가 눈을 꽉 잡아주고 눌러주는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눈을 밀면서 나간다는 느낌이 이거구나 싶었다. 코너링을 할 때도 차가 크게 요동치지 않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었다. 앞서 가는 차의 뒷바퀴는 연신 눈을 파내면서 달리고 있었다. 겨울타이어가 눈을 강하게 밀어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차에서 내린 필자는 ‘그뤠잇’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이어서 여름타이어를 장착한 430i 컨버터블을 탔다. 가속부터 문제였다.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았지만 바퀴는 열심히 헛돌았다. 가까스로 출발했지만 속도를 높이자 차가 미끄러지며 좌우로 흔들렸다. 핸들링으로 차 균형을 맞추느라고 진땀을 흘렸다. 코너링은 특히 더 위험했다. 코너링을 하며 브레이크를 잡았더니 뒷바퀴가 밖으로 미끄러지는 오버스티어(Oversteer)현상이 발생했다. 의도치 않게 드리프트 기술(커브 길을 돌며 의도적으로 차체 뒤쪽을 미끄러뜨리는 기술)을 선보였다. 실제 도로였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BMW 자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승용차가 일반 도로에서 시속 60km로 달리다 멈췄을 때의 제동거리는 28.7m였다. 반면 눈길에서의 제동거리는 63.7m, 빙판길에서는 158.7m 이상으로 제동거리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타이어는 제동 능력도 여름타이어에 비해 뛰어났다. 겨울타이어를 장착하고 시속 약 40km의 속도로 달리다 급제동을 했을 때, 크게 균형을 잃지 않고 안전하게 멈췄다. 그러나 여름타이어 장착 시 제동거리는 겨울타이어에 비해 5m 정도 더 길었다. 특히 브레이크를 밟을 때부터 차가 미끄러져 균형을 잃고서야 멈춰 섰다.

겨울타이어의 위력은 놀라웠다. 가속, 제동, 움직임, 방향전환이 모두 안정적이었다. 반면 여름타이어는 정상 주행이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겨울이 시작되는 11월부터 3월 사이에만 겨울타이어 사용을 권장한다. 겨울타이어를 일반 도로에서 장기간 사용하면 타이어가 쉽게 변형되고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운전자들은 구동 축 바퀴 2개에만 겨울타이어를 장착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차량 균형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모든 바퀴에 겨울타이어를 장착하라고 말한다.
겨울타이어는 눈을 움켜 쥐어야 하기 때문에 타이어 패턴이 넓고 깊어 눈이 많이 묻는다.
겨울타이어는 눈을 움켜 쥐어야 하기 때문에 타이어 패턴이 넓고 깊어 눈이 많이 묻는다.


BMW가 제안하는 겨울철 안전 주행 Tip


빙판길과 눈길에서는 서행 운전이 기본이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경우라면 ABS(미끄럼 방지 제동장치)가 작동하도록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좋다.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차가 미끄러진다면, 차가 멈출 때까지 브레이크를 계속 밟고 최대한 안전하게 멈출 수 있도록 핸들링을 해야 한다. 겨울철 오르막 내리막길에서는 무엇보다 다른 차량이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오르막길에서는 안정된 속도를 유지하며 멈추지 않고 올라야 한다. 내리막길에서는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보다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차량에 장착된 각종 안전장치들을 절대 끄지 않고 주행해야 한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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