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한도까지 늘리면 소비 30%-생산 23% 줄어”

  • 동아일보

KDI ‘국가부채 관리점검’ 보고서
“재정여력, GDP 대비 225%이지만 노동소득세율 25%P 올려야 감당
고령화-복지 감안 속도조절 필요… 세수여건 좋을때 국가부채 줄여야”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나랏돈을 적극적으로 쓰는 정책을 쓰고 있지만, 급속한 고령화 등 대내외 여건을 꼼꼼히 살피며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책연구원에서 나왔다. 현재 수준의 여건을 믿고 세금을 쓰다간 생산과 소비, 투자가 급격히 나빠지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는 경고여서 주목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태석 허진욱 재정복지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27일 공개한 보고서 ‘재정 여력에 대한 평가와 국가부채 관리점검 노력’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의 재정 여력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25%로 추산했다. 한국 경제가 연평균 2.5% 성장하고 지금의 예산 지출 구조를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최대 GDP의 225%까지는 빚을 내도 정부가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등이 한국의 재정 여력을 각각 203%, 241%로 추계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8.3%다. IMF 등은 경기부양을 위해 한국이 재정 여력 한도까지 예산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과 권고는 한국 상황을 감안할 때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KDI의 지적이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급격한 고령화로 지금 수준을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다. 복지 등에 쓰이는 의무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나라 곳간이 이를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령화로 경제성장률이 2.0%포인트 낮아지면 재정 여력은 GDP의 최대 179%로 감소한다. 정부가 복지 등에 쓰는 의무지출을 지금보다 1.5배로 늘리면 재정 여력은 60%로 떨어진다. 이 두 조건이 맞물리면 재정 여력은 GDP의 40%까지 감소한다는 게 보고서 분석이다. 이는 현 국가채무 수준과 별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지금 여건을 기준으로 안심하며 재정지출을 급격하게 늘려선 안 된다는 의미다.

고령화와 복지 지출을 감안하지 않은 채 나랏돈을 과도하게 쓰다 보면 세금을 더 많이 거둬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보고서는 GDP 대비 국가 부채가 225%까지 올라 정부가 이 충격을 감내하려면 노동소득세율을 25%포인트 올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오르면 1년 뒤 소비는 22.6% 줄고, 생산과 투자도 각각 19.9%, 25.0% 감소한다고 예측했다. 세금이 높아지면서 그만큼 민간 영역의 경제활동이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이런 세율이 유지되면 소비는 29.6%, 생산과 투자는 각각 23.2%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실제로 이렇게 세율을 올리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 대신 충격이 그만큼 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허 연구위원은 “정부는 재정 여력 축소 가능성과 국가부채 증가에 따른 비용을 고려해 지출 확대 규모를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과 같은 호조세의 세수 여건이 지속되기 힘든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이럴 때 국가부채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나랏빚#소득주도#한국경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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