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쿠키 빚는 맛에 빠지고, 구절초 꽃차향에 취하다

  • 동아일보

가을에 가볼만한 농촌체험 관광지

《선선한 가을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는 요즈음이면 불쑥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여행을 떠나 수확을 앞둔 들녘, 울긋불긋한 단풍처럼 완연한 가을 풍경을 즐기며 스트레스는 버리고 감성은 채우는 농촌 6차산업 명소를 들러보는 건 어떨까.

시골 농부가 운영하는 고즈넉한 펜션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산자락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농원에서 수확 체험을 하며, 지리산 자락에서 대를 이어 술을 빚는 주조장에서 막걸리를 한잔하고, 아이들과 함께 만든 쿠키를 먹는 그런 여행 말이다.

빼어난 경관 속에서 저마다의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이색 힐링 공간으로 거듭난, 가을에 즐기면 더 좋은 6차산업 여행 명소를 소개한다.》

○ 아이들이 좋아하는 쿠키 만들기 체험

경남 함안군 파밍하우스는 경남 최초의 곡물 체험 학습장이다. 아이들이 국산 밀과 쌀로 쿠키와 케이크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파밍하우스 제공
경남 함안군 파밍하우스는 경남 최초의 곡물 체험 학습장이다. 아이들이 국산 밀과 쌀로 쿠키와 케이크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파밍하우스 제공
경남 함안 ‘파밍하우스’는 아이들에게 우리 농산물의 중요성을 즐겁게 가르칠 수 있는 자연체험 학습장이다. 경남 최초의 곡물 체험 학습장인 이곳은 우리 쌀과 우리 밀의 우수성을 알리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순수 국내산 곡물을 이용해 쿠키와 케이크를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강의를 통해 올바른 식생활, 음식 소비 습관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파밍하우스는 광주에서 유명한 ‘강동오케익’으로 2002년 1호점 문을 열었으며 경남북의 학교에도 우리 쌀과 밀로 만든 빵을 공급하고 있다. 체험장 바로 옆에는 드넓은 들녘이 있어 누렇게 익어 가는 곡식을 감상하며 가을의 정취에 흠뻑 빠질 수도 있다.

○ 단풍 보며 마시는 꽃차(茶)와 허브향 막걸리

전북 남원시 운봉주조는 막걸리 제조 판매뿐 아니라 전통주 체험장을 마련해 놓고 술의 역사와 제조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운봉주조 제공
전북 남원시 운봉주조는 막걸리 제조 판매뿐 아니라 전통주 체험장을 마련해 놓고 술의 역사와 제조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운봉주조 제공
세종시 ‘목인동’은 목가적인 경관 속에서 웰빙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힐링 농원이다. 농민 20여 명과 귀농·귀촌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2013년에 마을공동체로 만들었다. ‘나무와 사람이 함께 어울린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 그대로 이곳에서는 금이산 자락의 맑은 공기와 물, 그리고 3만3000여 m²의 넓은 자연 공간에 조성된 조경수를 만날 수 있다. 여기에 먹고 마시는 즐거움이 빠질 수 없다.

철 따라 피는 향긋한 구절초 맨드라미 페퍼민트 캐모마일 꽃차(茶) 달이기, 농원에서 나는 산야초와 취나물, 오가피 등 유기농 채소를 이용한 자연요리 만들기 같은 자연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등산로와 아기자기한 쉼터, 30평 규모의 숙박 시설도 갖추고 있어 가족이 함께하기에 적합하다.

전북 남원시 지리산 둘레길(운봉∼인월 제2구간) 부근에 자리 잡은 ‘운봉주조’는 1979년부터 대를 이어 발효주를 제조하고 있는 전통 있는 주조장이다. 천혜의 자연 환경 속에서 생(生)쌀막걸리와 함께 로즈메리와 라벤더 등 지리산 허브를 활용해 독특한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허브잎술’이라 불리는 이 술은 청량감과 은은한 허브향을 내는 특유의 맛이 뛰어나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에서 두 번이나 대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곳의 전통주 체험관에서는 전통주의 유래와 역사 강의를 들으며, 제조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현장에서 시음도 가능하니 지리산의 절경을 즐기다 이곳에 들러서 시원하고 맛 좋은 막걸리 한 사발로 갈증을 달래 보는 건 어떨까.

○ 자연 휴양지로 거듭난 산 위의 농장

강원 평창군 흰구름산촌마을은 주변에 산이 많아 가을 산행과 단풍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맨손 송어잡기 등 농가 체험도 할 수 있다. 흰구름산촌마을 제공
강원 평창군 흰구름산촌마을은 주변에 산이 많아 가을 산행과 단풍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맨손 송어잡기 등 농가 체험도 할 수 있다. 흰구름산촌마을 제공
강원 평창 ‘계방산 자연농원’은 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인 계방산(해발 1577m) 아래 약 19만8000m² 규모로 아로니아 농장과 각종 부대시설을 갖춘 자연 속 휴양지다.

아로니아는 안토시아닌과 폴리페놀이 많이 들어있어 항암과 노화 방지에 좋은 베리류로 알려져 있다. 농원에는 200명이 동시에 숙박할 수 있는 대규모 펜션(4개동)도 꾸며져 있다. 산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어 아늑한 분위기가 가을 정취를 더하는 이곳은 저기압과 고기압이 만나 인간이 살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해발 700m 높이라고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아로니아 수확 체험이 진행된다. 갓 딴 열매로 만든 신선한 음료와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수확에서부터 가공, 포장까지 모든 과정이 농원 안에서 이루어진다. 수확 시기가 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니 체험을 원한다면 사전에 문의를 하는 것이 좋다.

강원 평창에 자리 잡은 ‘흰구름산촌마을’은 북동쪽에는 정개산, 동남쪽에는 백운산, 북쪽에는 삿갓봉이 있어 가을 산행과 단풍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주민 100여 명이 협업해 운영 중이다. 눈개승마, 산마늘, 곰취, 개두릅 등 지천에서 나는 산채류를 채취해 장아찌를 만들어 보고 직접 띄운 메주로 장을 담가 보는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농산물 수확, 쇠여물 먹이기 체험과 향토 음식 축제 같은 마을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농촌 숙박시설인 생활관과 생태체험관을 갖추고 캠핑서비스, 바비큐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펜션에 비해 가격이 싼 편이다.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세트장, 약 5억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백룡동굴’ 등 볼거리도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가을#농촌체험#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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