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운봉주조 최봉호 전무 “남자한테 좋은 술 궁리… 야관문 막걸리 만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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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술 개발 등 가업 발전시켜

‘야관문쌀막걸리.’

중년 사내들을 은근히 미소 짓게 하는 이름이다. 야관문이 남자한테 좋다는 건 웬만한 사람은 다 알기 때문이다. 대형 주류업체도 탐낼 만한 이 제품은 전북 남원에서 2대째 술을 빚는 운봉주조에서 생산 중이다.

운봉주조는 1922년 설립된 운봉주조장을 최규창 대표(81)가 1979년 인수한 곳으로 지금은 아들 최봉호 전무(56·사진)가 영농조합법인으로 전환해 운영 중이다. 최 전무는 “원래 허브막걸리를 만들었는데 비슷한 술이 많아지자 야관문막걸리에 도전했다”며 “1년간 연구 끝에 2015년 출시해 지금은 주력 상품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1988년 가업에 뛰어든 최 전무는 자칫 시골 술도가에 머물 운봉주조를 지역에서 알아주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가 만든 지리산허브잎술막걸리는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에서 2011년과 2014년 대상, 벨기에 세계주류품평회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청정지역인 지리산에서,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허브를 넣은 뒤 주당들이 좋아할 브랜드(‘잎술’이 ‘입술’을 연상시킴)를 붙인 결과다. 2015년에는 시야를 넓혀 베트남에 진출해 호찌민 인근에 막걸리 제조공장까지 지었다.

그는 단순 주조에 그치지 않고 전통주체험관을 세워 내방객들이 술을 빚고 막걸리의 역사를 배우는는 자리를 마련해 추가 수익도 발굴해냈다. 일찌감치 6차 산업을 구현한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전북뿐 아니라 전남, 경남, 부산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 최 전무는 지금도 막걸리 원료인 야관문을 지리산에서 직접 길러 채취한다. 혹여 밭에 농약 잔류물이 있을까 염려해서다.

갈수록 깊어가는 이 가을, 그가 제안하듯 지리산 단풍 산행에 막걸리 한 병 챙겨가도 좋을 듯하다. 동료들과 함께 농주(農酒)의 구수함에 묻어 있는 사연들을 주고받으면서 말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남원#운봉주조#야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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