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자구안 불발… 구조조정의 길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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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졸업 3년만에… 채권단, 박삼구 회장 경영권 박탈

금호타이어가 금호그룹의 품을 사실상 떠나게 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한섭 금호타이어 사장 등 현 경영진은 경영에서 모두 물러난다.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26일 주주협의회를 열고 금호타이어가 12일 제출한 자구계획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금호타이어가 제시한 자구계획을 실효성 및 이행 가능성 등을 종합해 판단할 때 현 경영위기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채권단 주도의 정상화 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3년 만에 다시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것이다.

금융·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5일 금호그룹 박 회장과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서울에서 직접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지금이 회사와 종업원이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자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회사 정상화를 위해 경영권 및 우선매수청구권, 상표권까지 채권단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측은 이른 시일 안에 채권단 협의회를 소집하고,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의한 정상화 추진 방안 및 일정을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자율협약은 채권단이 함께 회사 경영에 참여해 재무구조 개선 작업 등을 벌이는 구조조정의 한 방법이다. 워크아웃과 유사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자율협약은 채권단의 100%가 찬성해야 진행된다.

산업은행 이 회장은 25일 박 회장과 만난 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만나 자율협약에 동참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이해당사자가 각자 조금씩 손해를 보더라도 금호타이어를 살려 일자리를 유지하는 쪽으로 모두의 뜻이 모였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우선 이달 말 만기인 1조3000억 원 차입금에 대해 만기를 연장하기로 했다. 이후 중국공장 매각 등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약 한 달간 금호타이어 실사를 진행한 뒤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 업계에서는 부실기업 정리보다는 당장의 일자리를 중시하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미뤄보았을 때 금호타이어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은행 이 회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얼마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가 구조조정을 할 때 판단 기준이다. 이를 위해선 채권자, 주주, 근로자 모두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호타이어 생산성 하락의 주 원인으로 꼽히던 고임금 구조는 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정상화 과정에서 상표권 문제가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영구사용권도 허락했다. 앞서 박 회장 측은 1월 금호타이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국 더블스타와 약 7개월간 상표권 사용료 등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금호산업은 금호타이어에 브랜드를 빌려주는 대신 연 매출 0.2%를 사용료로 받고 있다.

이로써 금호타이어는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구조조정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금호타이어는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여파로 2010년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이후 채권단은 총 1조1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2조8000억 원 규모의 대출 만기도 연장해줬다. 2014년 말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최근 중국 사업이 악화되면서 경영난에 빠졌다. 워크아웃을 졸업하자마자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수차례 파업을 벌인 것도 경영에 악영향을 끼쳤다. 금호타이어 생산직의 1인당 평균 인건비는 8200만 원으로 국내 타이어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상반기(1∼6월) 2009년 이후 처음 적자로 돌아서 507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앞서 박 회장 측은 채권단에 △중국 공장 3500억∼4000억 원에 매각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1300억 원어치의 대우건설 보유 지분(4.4%) 매각 △구조조정 및 임금 반납 등을 담은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서동일 dong@donga.com·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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