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매각 사실상 무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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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더블스타와 가격협상 결렬
채권단 ‘12일까지 자구案 제출’ 요구
자구案 미흡땐 박삼구 회장 해임 추진
워크아웃-법정관리 구조조정 가능성

금호타이어 매각이 사실상 무산됐다. 유력한 인수 후보자였던 중국의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채권단에 밝혀 금호타이어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새로운 인수 희망자가 나올 확률도 희박하다.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수순을 밟는다.

KDB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5일 주주협의회를 열고 더블스타 인수 건을 논의했다. 하지만 더블스타가 제시한 가격, 인수 조건 등을 채권단이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해 협상이 결렬됐다.

더블스타는 지난달 채권단 측에 9550억 원이던 인수 가격을 8000억 원으로 낮춰 달라고 요구한 데 이어 최근에 또 7200억 원으로 인수 희망 가격을 낮췄다. 채권단은 가격을 낮추는 대신에 △5년간 구조조정 금지 및 고용 보장 △노조와 협의체 구성 △국내 사업 신규투자 등의 단서 조항을 내걸었다. 하지만 더블스타와 채권단 모두 서로의 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해 매각 절차는 중단됐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에 추가 협상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를 사실상 포기한 배경엔 가격 외에도 노조와 정부의 반대 등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방위산업, 지역경제, 국가경쟁력 등 여러 차원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을 고민하고 있다”며 해외 매각에 대한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금호타이어가 있는 호남지역 의원들도 지역 민심을 반영해 “금호타이어의 기술이 중국에 넘어가면 국가 안보가 우려된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채권단은 앞으로 새로운 인수 희망자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 확률은 높지 않다. 정부와 정치권, 지역사회가 모두 금호타이어 매각을 반대하고 있는 데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넘길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채권단은 매각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해 12일까지 금호타이어에 자구계획을 내라고 요구했다. 만약 채권단이 수용할 수 없는 안이 나올 경우 박 회장 등 경영진 해임이 추진된다. 사실상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셈이다. 금호타이어는 차입금이 3조5000억 원에 이르고 이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여신만 1조8000억 원이다. 당장 운영자금이 없어 원자재 구입을 위해 은행으로부터 추가 대출을 받을 만큼 재정난이 심각하다.

채권단은 어떤 구조조정 방법을 택할지 확정하진 않았지만 워크아웃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으로 간다면 2014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3년 만이다. 단기간의 법정관리를 통해 채무를 강제 조정한 뒤 워크아웃하는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 가능성도 점쳐진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를 파산시키면 지역 경제와 일자리, 채권단 손실 등 여러모로 손해가 많다”며 “여러 경우의 수에 따라 채권단 손실이 어떻게 변할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2003년 금호산업에서 분사해 설립됐으며 지난해 매출은 2조9472억 원, 직원 수는 5000명이다. 금호타이어의 매각이 사실상 결렬된 5일은 금호타이어의 57주년 창립기념일이다.

송충현 balgun@donga.com·강유현·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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