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대비해 인재 잡고, 스펙 대신 오디션 전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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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악재속 하반기 공채… 기업들 채용 트렌드는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은 4일 시작한 하반기(7∼12월) 채용에서 ‘재주캐스팅’으로 불리는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다. 객실승무원 모집 인원의 20%에 블라인드 채용을 적용하는데 학력, 나이, 자격증 유무 등을 일절 묻지 않는다.

그 대신 지원자가 자신의 끼와 능력을 동영상으로 담아 제출한다. 지난해에 상반기(1∼6월) 공채에서 도입한 이래 2년째다. 제주항공은 올해 채용 인원도 크게 늘린다. 올해 이미 채용한 인원과 이달 공채 예정 인원을 합해 약 745명 규모다. 지난해(약 500명)보다 240명 넘게 늘어났다.

KT도 4일 하반기 공채를 시작했다. 정보기술(IT), 보안, 경영 등 17개 분야에서 260명을 뽑는데 지난해(178명)보다 46% 늘었다. 통신사 역시 정부의 통신료 인하 압박 등 여건이 좋지 않지만 채용을 늘렸다.

KT는 상반기에 도입한 자체 블라인드 채용제도 ‘KT 스타오디션’도 확대한다. KT 관계자는 “구체적인 대상 인원을 밝힐 순 없지만 상반기 실시한 뒤 사내 반응이 좋아 하반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형은 입사지원서에 얼굴 사진을 없애고 지원자들은 직무경험, 일에 대한 생각과 열정을 5분간 자유롭게 발표한다.

국내 최대 제약업체 한미약품도 이날 연구개발 등 18개 부문 200여 명 규모의 공채를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200여 명을 채용한 한미약품은 평택 바이오플랜트 투자, 연구개발 강화를 위해 인력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기업이 채용 인원을 늘려 올 하반기 공채를 시작했다. 채용 방법도 정부 방침에 보조를 맞춰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추세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은 매출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500곳 기업 중 총 209곳이 답변해 그중 46곳(22.0%)이 “지난해보다 채용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응답기업 210곳 중 24곳(11.4%)이 채용을 늘리겠다고 한 것과 비교해 약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재작년 19.6%에 비해서도 소폭 늘었다. 채용을 줄이겠다고 한 기업은 지난해 102곳에서 올해 40곳으로 줄었다.

기업들이 불황에도 채용을 늘리는 이유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경기 상황이나 실적과는 무관하게 꾸준히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영속적인 경영을 위해 중요한 일”이라며 “과거 불황기에 채용을 줄인 기업이 호황기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올해 채용을 늘리겠다고 한 기업들 중 43.4%(20곳)는 “경기 상황에 관계없이 미래 인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채용을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서는 기업 10곳 중 6곳(62.7%, 131곳)이 “긍정적”이라는 평을 내놨다. 채용 과정에서 이미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한 기업 62곳 중 71%(44곳)은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미래 인재 확보 의지, 경기 상황 개선 조짐 등의 요소 때문에 주요 대기업들이 채용을 늘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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