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지주사 전환 사내절차 마무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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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 등 4개사 주총, 분할합병 가결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의 중요한 고개를 넘었다. 분할합병안이 주주총회에서 압도적인 찬성을 받음으로써 10월 지주사 출범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29일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4개 회사는 이날 오전 10시 일제히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안건으로 상정된 지주사 전환을 위한 분할합병안의 찬성률이 90%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마지막 사내절차가 마무리됐다. 4개 회사는 곧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한다. 분할 후 롯데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각 회사의 투자부문끼리 합병해 10월 초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된다.

분할합병 기일은 10월 1일이다. 창립총회일은 10월 2일이지만 이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뤄진다. 4개 사업회사의 주식은 분할합병일 후 거래가 중지됐다 10월 30일에 유가증권시장에 변경상장 절차를 거쳐 다시 거래될 예정이다.

새롭게 설립될 지주회사는 현재 그룹 경영혁신실의 업무와 브랜드 라이선스 관리 등의 역할을 맡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이 공동 대표이사가 될 예정이다. 또 다른 사내이사로 이봉철 경영혁신실 재무혁신팀장(부사장)이 선임됐다.

롯데는 지주회사 설립을 계기로 경영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는 주총에서 “지주사 체제 전환은 회사가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한 길이다.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가 대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는 2015년 당시 416개였다가 현재 67개로 줄었다. 이번 분할합병으로 67개는 사라지고 신규 순환출자 고리 18개가 생긴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롯데는 신규 고리 18개를 내년 3월까지 해소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주 간 지분 맞교환 등을 통해 신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합병비율대로 계산한 신 회장의 롯데지주회사 지분은 10.5%다. 증권가에서는 신 회장이 지분 추가 매입, 맞교환을 통해 지주사 지분의 20∼30%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수관계인 등의 우호 지분까지 더하면 신 회장 측 지분은 5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가 향후 상장 후 지주회사와 합병하면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한 한국 롯데의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일본과의 연결고리도 다소 끊어낼 수 있다.

한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끊임없이 롯데의 지주사 전환안에 대해 반대할 명분을 찾고 있다. 당분간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롯데제과 주총은 반대 의견을 발표한 신 전 부회장 측 대리인과 소액주주로 안건 상정까지 1시간 40분가량 걸렸다.

신 전 부회장 측 대리인으로 출석한 조문현 법무법인 두우 대표 변호사는 “롯데쇼핑은 사드 보복 등으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로 일종의 전염병에 걸린 환자와 같다. 롯데쇼핑을 제외하고 3개사만 분할 합병해 지주사를 전환하는 안건을 지지해 달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최대주주는 신 회장(13.5% 보유)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의 안건은 찬성률 6.6%로 부결됐다.

신 전 부회장이 고문으로 있는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은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칠성음료 사옥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성호 대표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후 주가 추이를 본 뒤 손실을 계산해 롯데 경영진에 배임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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