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모 기자의 써봤어요]카드 소개 척척… 날씨 묻자 ‘긁적긁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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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 챗봇 서비스

13일 기자가 신한카드 챗봇에게 “사랑해”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저 사랑에 죄송한데 초면해도 될까요?”라는 장난기 섞인 답장이 왔다. 챗봇은 고객들이 많이 하는 질문들을 척척 처리했다. 스마트폰 캡처
13일 기자가 신한카드 챗봇에게 “사랑해”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저 사랑에 죄송한데 초면해도 될까요?”라는 장난기 섞인 답장이 왔다. 챗봇은 고객들이 많이 하는 질문들을 척척 처리했다. 스마트폰 캡처

김성모 기자
김성모 기자
“카드 발급을 신청하면 얼마나 걸리나요?” (기자)

“일반적으로 6영업일 후 수령이 가능합니다.” (신한카드 ‘챗봇’)

고객들이 많이 하는 질문들은 대체로 척척 처리했다. 질문을 던지면 1초도 안 돼 답장이 날아왔다. 인터넷 홈페이지의 ‘자주 묻는 질문(FAQ)’ 코너를 들락거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부 아쉬운 점도 보였다. “카드대금을 연체하면 어떤 안 좋은 점이 있나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아래 중에 궁금하신 내용이 있나요?”라고 엉뚱하게 되물었다. 고객이 던지는 단어나 문장의 구성이 시스템에 미리 입력돼 있는 것과 달라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기자는 13일 신한카드의 챗봇(Chatbot) 서비스를 직접 써 봤다.

챗봇은 텍스트나 음성을 통해 인간과 대화하는 로봇 소프트웨어다. 데이터베이스에서 대화 패턴을 찾아 기계적으로 반응한다. 최근에는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기반의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서 기대감이 부쩍 커졌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말 카드 업계에서 처음으로 관련 서비스를 카카오톡, 네이버 톡톡, 페이스북 메신저 등을 통해 선보였다. 이를 이용해 보기 위해 카카오톡에서 신한카드를 플러스 친구로 추가했다. 그랬더니 ‘친구가 되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시지가 왔다.

챗봇의 기본 서비스는 카드 추천, FAQ, 신한 FAN(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홍보 등이다. 일단 카드 추천을 눌러 신용카드, 체크카드 중 신용카드를 골라 봤다. 혜택을 직접 구성하는 혜택선택형과 신한카드가 미리 정해 놓은 혜택기본형 2가지가 떴다. 혜택선택형에서 할인과 포인트 중 할인을 눌렀더니 ‘YOLO 신한카드’ 상품이 설명과 함께 나왔다. 신한카드는 전체 상품 중에서 고객 선호도가 높은 신용카드 18종, 체크카드 10종을 추천하도록 설정해 놨다. 상품 사진 하단에 있는 바로가기 버튼을 누르자 카드 신청을 위한 온라인 페이지가 떴다.


더 눈길이 간 것은 FAQ 서비스였다. 신한카드는 고객이 자주 묻는 700여 종의 질문을 AI 딥러닝 기술로 학습시켰다. ‘사랑해’ ‘힘들어’ 등 일상적인 키워드에 대한 답변도 넣었다. 기자가 ‘사랑해’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저도요’라는 앙증맞은 답변이 왔다. 날씨를 묻자 ‘제가 거기까지는…긁적긁적’이라고 대꾸했다. 문주원 신한카드 UX팀 차장은 “비록 로봇이 대답을 못하더라도 그런 질문이 또다시 우리 데이터베이스에 쌓이기 때문에 향후 서비스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챗봇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실사용자가 10억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메신저를 기반으로 챗봇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보 제공, 식당 예약, 상품 판매 등의 기능을 갖춘 챗봇이 10만 개 넘게 생겨났다. 국내에서도 신한카드에 앞서 홈쇼핑 업체들이 상품 설명 및 판매에 챗봇을 활용하고 있다. 사람 대신 로봇이 일종의 고객 상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업체들은 챗봇이 비용을 줄이고 자사 웹사이트뿐 아니라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국내에서 선보인 챗봇들은 정해진 답변만 내놓는 수준으로 그리 지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질문이 이미 입력된 것과 똑같지 않으면 오류도 많이 발생한다. 진정한 의미의 ‘채팅 로봇’을 만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신한카드#챗봇#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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