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 가구당 금융빚, 평균보다 32% 많아

  • 동아일보

한은, 금리인상때 금융불안 경고

60세 전후인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부채 규모가 전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삶을 불안해하는 중장년층이 저금리 정책기조를 타고 적극적으로 빚을 내 창업과 부동산 투자에 나서면서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인이 된 것이다.

22일 한국은행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7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해 국회에 제출했다. 한은은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현재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급격히 이루어질 경우 금융안정을 해칠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 내놨다.

한은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가구당 평균 금융부채는 올해 3월 말 기준 58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빚이 있는 가구의 평균 금융부채(4400만 원)보다 32% 많은 수준이다. 주택 구입과 자녀 교육비 등을 위해 많은 빚을 내는 40대의 평균 금융부채(5000만 원)보다도 높다.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했거나 은퇴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소득을 유지하거나 늘릴 가능성이 적어 일반적으로는 빚을 줄여 나가야 한다. 하지만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당수의 베이비붐 세대 사람들이 자영업에 진출하거나 임대소득을 노리고 부동산 구입에 나서면서 부채가 되레 증가했다. 한은은 “은퇴 후 경제활동을 유지하려는 중장년층이 늘면서 가계부채 누적 증가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수년째 이어진 저금리 기조와 대출 완화 정책은 빚을 내기 쉬운 환경을 제공했다. 실제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상향 조정,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이 최근 3년간 집중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정기적금 수익률(1.67%)보다 오피스(5.8%), 소형 상가(5.93%), 대형 상가(6.34%) 등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이 훨씬 높다 보니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었다.

한은은 이런 가계부채 증가가 금융 안정성을 해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쓰고,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가계부채 위험가구 증가세가 빠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계부채 위험가구는 지난해 말 기준 126만3000가구로 1년 전보다 15.1% 증가했다. 이들의 부채 규모(186조7000억 원)도 같은 기간 18.8% 늘었다. 특히 한은이 개발한 부실위험지수가 100을 초과하는 가계부채 고위험가구의 부채 규모는 22% 증가했다. 전체 가계부채 규모 증가율(11.6%)보다 배가량 커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부채를 제외하면 한국 금융시스템은 기준금리가 올라도 큰 충격을 받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은은 시중은행 6곳과 지방은행 6곳, 특수은행 5곳 등 17개 은행을 대상으로 금리 인상 시나리오를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다.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는 “내년 말까지 금리가 3%포인트 오른다고 가정해도 일부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이 악화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양호했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금리 상승은 감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이 보고서를 통해 가계를 제외한 전 경제주체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견딜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 ‘언제든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으니 준비하라’는 신호와 함께 가계부채 추가 관리 방안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건혁 gun@donga.com·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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