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펀드 덕분에 된장 매출 1년새 3배로”

  • 동아일보

농식품업체 지원군 ‘농식품모태펀드’
정부 모펀드에 매년 민간자금 연결… 연내 50개 펀드 8185억 규모 조성
일회성 자금 투자 그치지 않고 컨설팅-판로 개척 등 총체적 지원
치즈 생산하는 청주의 ‘영준목장’… “생산-유통망 늘려 백화점 8곳 입점”

경북 포항시의 한 산골마을에 있는 ㈜죽장연은 전통방식으로 프리미엄 된장 고추장을 생산하는 농업기업이다. 죽장연은 장류 연구 노하우와 향토기업이라는 강점을 이야기로 풀어내면 부가가치를 더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2015년 농식품모태펀드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죽장연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농식품모태펀드 투자조합은 1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원재료 구매와 제조, 판매를 지역산업과 연계하고 체험학습장을 설치 및 운영하면 좋겠다는 제안도 함께였다. 자금과 함께 컨설팅까지 덤으로 지원받은 죽장연은 제품 포장 라인을 증설하고 체험시설을 갖췄다. 이 덕분에 2015년 4억 원에 그쳤던 매출액이 지난해 11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실력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과 노하우가 부족한 영세 농식품 기업에 농식품모태펀드가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하고 있다. 일회성으로 자금을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컨설팅과 마케팅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이들 기업을 유망 농식품 기업으로 키워내고 있다.

3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모태펀드는 올해 말까지 50개, 8185억 원의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농식품모태펀드는 농식품 산업의 기업화를 유도하고 민간 투자를 유도할 목적으로 조성됐다. 2010년 정부가 조성한 펀드를 모(母)펀드로 하고 매년 민간 자금을 연결해 자(子)펀드를 결성하는 ‘간접펀드’다. 그동안 6차산업, 농식품 수출, 연구개발(R&D), 창업, 스마트팜 등 다양한 분야의 특수목적펀드를 조성해 왔다. 올해는 투자 대상을 농식품산업 전 분야로 확대한 ‘ABC(Agri-Bio-Capital) 펀드’도 선보였다.

충북 청주시의 ‘영준목장’도 농식품모태펀드의 지원으로 날개를 달았다. 목장에서 갓 짜낸 원유로 치즈를 만들어 입소문이 났지만 생산과 유통망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농식품투자조합에서 투자받은 10억 원을 토대로 시설 투자, 공장 증축에 활용해 다양한 수제 치즈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고, 백화점 8곳에 입점하는 데 성공했다.

모태펀드는 단순한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설립 초기의 농식품 경영체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돕고 있다. 투자에 앞서 농식품 분야 예비창업자와 농식품 경영체를 대상으로 투자유치교육을 지원한다.

투자가 결정되면 해당 기업의 기술 수준, 경영 수준 등을 진단해 사업의 핵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전문 컨설팅을 해준다. 재무, 회계, 마케팅 등 경영 분야에서부터 식품유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질병 관리 등 기술 영역에 이르기까지 다각도로 돕는다.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판로 개척에도 힘을 보탠다. 수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 농식품박람회 참가 기회를 주선한다. 투자 기업과 구매 기관의 일대일 상담을 연결해주고 유통·홍보 전략을 체계적으로 짤 수 있게 돕는다. 가내농업 수준의 영세 업체가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조재호 농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은 “농식품모태펀드는 융자나 보조 같은 일회성 지원에서 진일보한 방식으로 투자-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선순환 체계”라며 “펀드 규모를 보다 확대해 성장잠재력이 높은 농식품 기업들이 성공 스토리를 쓸 수 있게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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