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광택기-헬멧 비상등… 청년창업 제품에 엄지 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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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드림프로젝트’ 印尼 판촉전

18일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롯데마트 클라파가딩점에서 인도네시아 고객들이 한국 창업가들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개인용 공기청정기, 손톱광택기, 오토바이 헬멧용 비상등 등 현지 맞춤형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롯데마트 제공
18일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롯데마트 클라파가딩점에서 인도네시아 고객들이 한국 창업가들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개인용 공기청정기, 손톱광택기, 오토바이 헬멧용 비상등 등 현지 맞춤형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롯데마트 제공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롯데마트 클라파가딩점. 18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매장 문을 열자마자 입구에 배치된 ‘코리아 스타일 라운지―한류 마트’ 매대로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한 중년 남성은 인도네시아 현지 생산 선글라스 평균 가격인 약 10만 루피아(약 8400원)의 3배 가격인 30만 루피아(약 2만5000원)짜리 선글라스를 계산한 뒤 “한국 상품은 품질이 좋다. 그러니까 (비싸도) 산다”며 엄지를 올려 보였다.

이날 판매에 나선 이들은 롯데마트의 ‘청년창업 크리에이티브 드림 프로젝트’ 2기에 참가한 업체들이다. 롯데마트는 창업자 나이 만 39세 미만, 창업 3년 이내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4월 1500개 지원 기업 중 200개 기업을 선정했다. 약 1년 동안 소비자 품평회와 함께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 중에서 해외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30개 업체는 프로젝트의 최종 단계로 18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 동안 현지 소비자 반응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해외 판촉전에 나선 것이다.

김학수 롯데마트 동반성장팀 과장은 “2015년 1기 때는 국내 롯데마트 입점을 주로 주선했다. 그런데 청년 창업가들이 경쟁이 심하고 판로 확대가 제한된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 진출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게 돼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창업진흥원 등과 협력해 해외 판촉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20일까지 이 업체들이 올린 총매출은 3759만 루피아(약 317만 원). 16만 루피아(약 1만3000원)짜리 손톱 다듬는 도구, 40만 루피아(약 3만4000원)짜리 프라이팬 등 한국 돈 5만 원을 넘지 않는 가격의 제품을 판매한 끝에 올린 성과다. 오토바이 헬멧에 손쉽게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비상등 ‘트라이빔’을 판매한 ‘해피뉴플래닛’은 일주일 치 준비 물량을 3일 만에 모두 판매했다. 오토바이를 많이 타고 교통 혼잡이 심한 현지 사정에 적중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현지 유통업체에서 10년 이상 일해 온 롯데마트 클라파가딩점의 아셉 에릭 리잘 점장은 “한국 제품은 인도네시아에는 없는 새롭고 창의적인 제품이 많다. 예전에는 일본의 아이디어 상품이 많이 팔렸지만 앞으로는 한국 제품이 그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2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한 1, 2차 판촉전에서는 참가 기업들이 일주일 동안 각각 1500만 원, 18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JS아이디어가 생산한 아쿠아슈즈(비가 오거나 물에 들어갈 때 신을 수 있는 방수 소재의 신발)는 깔창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해 발바닥 부분이 쉽게 더러워지는 아쿠아슈즈의 기존 단점을 개선한 제품으로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판촉전 이후 총 12만 달러 수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청년 창업가들의 아이디어 상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번 행사부터는 바이어들과의 수출 상담까지 함께 진행됐다. 판촉전 전날인 17일 KOTRA 자카르타 무역관의 협조로 현지 유통업체 바이어 48명이 참여해 수출 관련 상담 159건을 진행했다.

청년 창업가들은 당장의 매출보다도 경험을 더 귀중한 자산으로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수공예 도자기 제품을 생산하는 ‘보&봉’의 김보형 대표는 “이슬람권에서는 녹색을 좋아한다고 해 녹색 액세서리를 샘플로 다양하게 준비했는데 현지 바이어에게 ‘그건 옛날 얘기고 지금은 다르다. 다양한 색깔을 보여 달라’는 말을 들었다. 어떤 가격대의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현지에 나와서 직접 부딪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을 배웠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청년 창업가들에 대한 교육을 맡은 한국MD(상품기획자)협회의 정재필 협회장은 “창업 기업은 보통 제품 개발에만 집중하다 보니 자기 업체의 제품을 소비자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볼 기회가 적다. 전문 MD들의 컨설팅을 거쳐 현지 사정에 맞는 품목을 정하고, 관련 서류를 준비해 통관과 수출상담, 판매까지 해 봄으로써 해외 진출 노하우를 체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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