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TV, 꽃피는 장면만 보여줘”

  • 동아일보

비디오 하이라이트 검색 AI 포함… 삼성전자, 미래기술 40개과제 선정

#1. 10부작 자연 다큐멘터리에 푹 빠져 있는 남성. 짝사랑하는 여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 꽃피는 장면만 골라 보내주고 싶은데 10시간이 넘는 영상을 다 돌리기는 귀찮다. 인공지능(AI)이 탑재된 TV한테 말한다. “빨간 꽃이 피는 장면만 찾아줘.”

#2. 폐쇄회로(CC)TV 관제센터. 보이스피싱 일당을 추적 중인 경찰이 긴급하게 용의자의 위치 파악을 요청했다. 단서는 파란 백팩에 검은 모자를 쓴 사람이 돈을 인출했다는 것뿐. 경찰이 범인의 인상착의를 말하자 음성인식 AI 시스템이 범인의 모습을 찍은 은행 지점을 단번에 찾아낸다.

김선주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43)는 장시간 영상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장면만 찾아 보여주는 AI 기술을 개발 중이다. 시각 및 언어 정보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진화된 기술로 다른 기기 조작 없이 목소리만으로 명령을 전달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공공안전, 스포츠 중계 하이라이트,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6일 김 교수의 ‘비디오 하이라이트 검색 AI 기술’ 등 미래기술육성사업 40개 과제를 선정했다. 삼성전자는 2013년부터 기초과학, 소재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등 3개 연구 분야에 대한 자유공모 과제를 연중 접수받은 뒤 매년 상·하반기에 1번씩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 이번까지 총 312개 과제가 채택됐다. 삼성전자는 2013∼2022년 10년간 총 1조5000억 원의 자금을 이 연구 분야에 지원한다.

올해 기초과학 분야에선 정원석 KAIST 생명과학과 교수(38)의 ‘수면상태와 노화 과정에서 뇌 건강 유지를 조절하는 메커니즘 연구’ 등 18건이 선정됐다. 뇌 신경네트워크의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정 교수의 연구는 뇌 노화 억제와 관련 질환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소재 기술 분야는 양희준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37)의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 소자 연구’ 등 7건, ICT 분야는 김 교수 과제 등 15건이 선정됐다.

삼성전자는 자유공모 외에도 2014년부터 매년 국가적으로 필요한 미래 기술 연구를 지원하는 ‘지정테마 과제공모’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스마트 머신을 위한 지능, 차세대 반도체 재료 및 소자의 두 가지 테마로 다음 달 8일까지 공모 신청을 받는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인공지능tv#비디오 하이라이트#ai#삼성전자#미래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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