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장 많은 투자액을 유치한 스타트업은 뷰티 커머스 기업 ‘미미박스’였다. 미미박스는 지난 한 해 동안 1430억 원을 유치해 1000억 원이 넘는 투자액을 유치한 유일한 스타트업이 됐다. 2015년 가장 많은 투자액을 유치한 쏘카에 투자된 금액은 650억 원이었다.
스타트업 정보 제공 업체 플래텀은 지난 한 해 스타트업 투자 소식 347건, 인수합병 22건을 토대로 ‘2016 연간 국내 스타트업 투자동향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배달 음식 서비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은 570억 원, 웹툰 서비스인 ‘레진코믹스’를 운영하는 레진엔터테인먼트는 500억 원을 유치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 ‘피키캐스트’를 보유한 옐로모바일은 478억 원, 옐로모바일의 광고 자회사인 옐로디지털마케팅은 270억 원을 유치해 그 뒤를 이었다.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 중인 비바리퍼블리카는 26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313개 스타트업의 연간 투자 유치 총액은 1조78억 원이었다. 2015년 8120억 원(233개사)에 비해서는 24%가 늘어난 규모다.
미미박스는 글로벌 벤처투자사(VC) 포메이션그룹으로부터 지난해 8월 7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4개월 뒤에는 글로벌 VC 굿워터캐피털, 알토스벤처스, 카우보이벤처스 등으로부터 700억 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미미박스는 현재 17만 개 이상의 한국 화장품을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판매하는 회사다. 이 회사가 글로벌 투자사들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불고 있는 ‘K뷰티’의 바람을 타고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에 지사를 두고 있는 미미박스는 해외 진출 3년 만에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질렀다. 지난해에는 해외에서 발생한 매출이 전체의 53%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강남역, 홍대입구역 인근에 오프라인 매장까지 열었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즈 대표는 “국내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에 비해 미미박스는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의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아임미미’, ‘포니이펙트’ 등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선보이면서 시장을 넓혀 가고 있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쳤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온라인에서 수집한 고객 데이터를 화장품 제조사들에 연결시켜 주는 비즈니스 모델도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벤처투자업계의 한 심사역은 “온라인상에서 수집된 소비자 관련 데이터를 화장품 제조사에 제공하고, 그 데이터를 신상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비즈니스 모델이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대량의 소비자 데이터를 가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성을 높게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2015년에 이어 정보통신기술(ICT) 스타트업에 투자가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플래텀에 따르면 1조78억 원의 총 투자액 중 ICT 서비스에는 약 4516억여 원(45%)이 투자됐다. 투자받은 313개 업체 중 173개사가 ICT 서비스 업체였다. ICT 제조 분야에는 총 22개 업체에 461억 원이 투자됐다.
미미박스 등이 속한 유통 업종은 2224억여 원을 투자받아 비중이 약 22%였다. 레진엔터테인먼트 등이 포함된 문화콘텐츠 분야는 1142억여 원(약 11%)을 유치했다.
올해는 인공지능(AI)과 관련된 기술 보유 업체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많았던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송 대표는 “실리콘밸리 등 해외에 비해 한국은 O2O 서비스에의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반대로 AI 분야 투자는 떨어진다. AI 분야의 핵심 기술 보유 스타트업이 부족했기 때문인데, 음성 및 영상 인식 등 AI 기술을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 이들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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