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기술 빅뱅의 시대, 공공기술 사업화로 창업 선도를

  • 동아일보

기고 / 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유니콘(Unicorn)기업이라 한다. 최근 통계(CB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유니콘기업은 186개이고 이 중 우리 기업은 쿠팡 등 3개가 포함되었다. 약 10년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기술출자하여 설립한 후 ‘15년 상장된 제1호 연구소기업 콜마 BNH도 유니콘기업으로 불렸다. 연구소기업이란 공공연구기관이 개발 보유한 기술을 출자하고 민간이 자금 투자하여 만든 창업기업이라 할 수 있는데, 5년 전만 해도 40여 개를 넘지 못했으나 지금은 거의 400개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소기업들이 콜마 BNH의 유니콘 트랙을 따라 가길 바란다면 너무 성급한 기대일까?

저성장의 고착화라는 뉴노멀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높은 파고를 헤쳐 나가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창업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다. 우리도 창업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는데 출연연이나 대학이 가지고 있는 공공기술은 그야말로 창업의 보고(寶庫)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작년 산업기술진흥원이 국내 300개 공공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한 ‘공공연구기관 기술이전 및 사업화 조사결과’에 따르면 ‘15년 한 해에만 공공연구기관 기술이전 건수가 1만1614건에 이르렀다고 하니 이는 공공기술 기반 사업화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방증이라 할 것이다.

정부는 공공 연구개발(R&D)을 통해 만들어진 우수 성과를 적극 활용하여 기존 기업의 기술혁신을 지원하거나 공공기술 기반 창업이 촉진되도록 다각적인 정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먼저 공공기술과 민간 비즈니스가 접목되는 ‘연구소기업’을 실질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이다. 민간이 우수 공공기술에 쉽게 다가가도록 접촉면적을 넓혀 주는 것과 동시에 이들 기업이 사업화 성공에 이르도록 지원하고 걸림돌을 걷어내 주는것이 중요하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는 연구소기업 설립요건 완화, 설립단계별 펀드 투자 지원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연구소기업 2단계 육성전략’을 마련하고 있으며 상반기 이를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둘째, 대학이 지닌 연구성과와 우수인력을 최대한 활용한 대학창업의 활성화다. 미국 기술창업의 심장이라 불리는 ‘실리콘밸리’가 스탠퍼드대의 창업 독려에서 비롯되었고, 동문이 만든 기업이 4만 개여서 ‘스타트업 사관학교’라고도 불리는 보스턴 MIT 캠퍼스에 지금 제2의 마크 저커버그를 꿈꾸는 예비 창업자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기존 교육중심 대학, 연구중심 대학이 앞으로 ‘창업중심 대학’으로 변모해 가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방침이다. 얼마 전 대학 실전창업교육, 대학의 기술사업화 지원, 창업인재 양성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범부처 ‘대학 창업 활성화방안’을 발표한 것도 그 일환이라 할 것이다. 당장 올해 3개 내외의 창업중심 대학을 상반기 선정하여 시범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셋째, 예비창업자, 중소·중견기업들이 공공기술 성과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고도화하는 것이다. 먼저 출연연, 대학 등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에 대해 기술이전 계약 전 시범 사용의 허용, 경상기술료 확대 등 기술료 징수방식의 변경 등을 통해 기업 중심의 기술 이전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또한 기술이전 후에도 산학연공동연구법인의 지원, 기술 업그레이드 R&D 등 소위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 지원도 강화해 나가고 창업 후 투자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성장(scale up) 지원을 위한 미래기술펀드 규모를 올해 1500억 원까지 늘려나갈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공공기술 기반 창업이라 할지라도 창업의 주체는 민간이다. 따라서 공공기술과 민간투자를 연결하는 메커니즘도 민간 비즈니스 창출역량에 의존한 자발적 생태계 안에서 가장 잘 작동되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는 올해 공공연구 성과의 사업화를 희망하는 기업을 선제 발굴하는 수요발굴지원단 30여 개를 선정, 유망기업 기술 수요를 적극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작년에는 이러한 방식으로 1430건의 기술수요를 발굴하고 이 중 704건이 기술사업화로 연결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아울러 기술창업을 체계적,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민간 창업기획사뿐 아니라 공공연구 성과를 시장에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위 바턴존서비스기업도 적극 육성해 나갈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세계 선진국들은 치열하게 창업 전쟁 중이고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더군다나 요즈음은 기술 선점, 생태계 선점이 독점으로 이어지는 소위 ‘승자독식’이 구조화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뛰어난 창의성, 아이디어가 우리의 높은 과학·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융합되어 새로운 창업, 신산업 창출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그 핵심 돌파구여야 한다. 그것도 과거처럼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닌 선도자(First Mover)로 나아가야 한다. 이와 같은 숨가쁜 길목에서 출연연, 대학 등 공공연구기관들이 지닌 ‘우수한 연구성과의 사업화’가 결정적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지금 세계가 직면한 ‘기술빅뱅’이라는 불완전하지만 높은 가능성을 가진 시대를 대한민국이 성공적으로 선도해 나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공공기술#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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