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선-깃 안나와 고치고 또 고쳐… 한복은 마음 감싸는 옷”

  • 동아일보

롯데마트에 패션한복 낸 박상희 대표
치마에 주머니 넣고 저고리 늘리고 “한복 입는 사람 더 늘어났으면…”

박상희 대표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청파로 롯데마트 서울역점 ‘테’ 매장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한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박상희 대표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청파로 롯데마트 서울역점 ‘테’ 매장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한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안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도심 곳곳에서 한복을 입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참 귀한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롯데마트의 패션 자체브랜드(PB) ‘테’에서 지난달 19일 선보인 패션한복은 박상희 ‘박상희 우리옷’ 대표(49)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박 대표는 1998년 처음 자신의 브랜드를 내놓은 뒤 프랑스, 벨기에 등에서 패션쇼를 열며 활동해왔다. 지난해에는 한복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 브랜드 ‘초아’를 만들어 프랑스 트라노이 패션살롱에 참가했다.

 지난달 말 서울 중구 남대문로 롯데마트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옆머리를 시원하게 깎은 ‘투블록 컷’을 하고 있었다.

 박 대표는 “오늘은 평범한 갈색 머리지만 원래는 염색도 이것저것 해본다. 심심한 걸 싫어한다”며 웃었다.

 박 대표가 롯데마트의 제안을 수락해 작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경. 약 3개월 만에 새로운 패션한복 라인을 내놓는 것은 20년 넘는 경력의 박 대표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성과 아동용 한복 9종은 이렇게 탄생했다.

 “제가 직접 손바느질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대량생산을 해야 하니 일반 공장에서 옷을 만들어야 하는데, 주로 양장을 제작하던 분들이다 보니 제가 원하는 느낌이 잘 나오지가 않더라고요. 특히 한복 특유의 어깨선이랑 깃이 나오질 않아서 몇 번이나 수정해야 했어요.”

  ‘테’의 패션한복은 치마 길이는 줄이고 저고리 길이는 늘려 활동하기 편하도록 만들었다. 치마에 주머니를 넣고, 배자(褙子·저고리 위에 덧입는 옷)는 티셔츠와 입을 수 있을 정도로 현대적인 라인을 살렸다.

 박 대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통한복은 사실 일제강점기 기모노의 영향을 받아 변형된 한복이다. 요즘은 점점 더 원형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멋스럽다고 생각하는 15, 16세기 복식을 많이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인터뷰 내내 “옷의 맵시도 좀 더 손보고, 아이템을 늘려 다양하게 조합해 입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기왕 하게 된 것 제대로 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개인적으로 한복은 위로하는, 사람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옷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한복 입기 열풍이 부는 것도 팍팍한 세상살이에 위로받고 싶기 때문 아닐까요. 이제는 한복도 대중화될 때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작업으로 사람들이 더 많이 한복을 입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복#디자이너#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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