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취업준비생-백수-알바’ 350만명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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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청춘 ‘호모인턴스’]
‘사실상 실업자’ 4년새 31만명 늘어… 대졸자 고용률 금융위기 이후 최악

 3년째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한 이현웅(가명·27) 씨는 최근 중국어 학원에 등록했다. 구직활동 없이 당분간 ‘스펙 쌓기’에 전념할 생각이다. 하지만 이 씨는 통계에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다. 이 씨처럼 취업준비생이거나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공식 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는 ‘그림자 실업자’가 늘고 있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준비생과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뚜렷한 이유 없이 ‘쉬었음’으로 분류된 사람은 총 352만6000명으로 공식적으로 집계된 실업자(101만2000명)의 3배 이상이다. 구직시장에서 떠도는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그림자 실업자’ 4년 새 10% 급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준(準)실업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취업준비생, 주 18시간 미만 취업자, ‘쉬었음’을 합한 인구는 2012년(320만9000명)에 비해 9.9%(31만7000명) 늘었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 대다수가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취업준비생이나 아르바이트생 처지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4년제 대학 졸업자의 고용률은 74.6%로 글로벌 금융위기 다음 해인 2009년(74.4%)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국내 고용시장에서 이같이 ‘그림자 실업자’가 양산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취업시장이 원하는 인재를 학교 등에서 길러내지 못하고 있는 점을 꼽는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2014년 기준 7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터키(73.6%) 다음으로 높지만, 대학 졸업자의 고용률은 크게 낮아졌다. 갈수록 대학에서 취업시장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에 대학 교육을 산업현장의 수요에 맞추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입학에서 교육 받고 노동시장에 적합한 인재로 성장하기까지 과정이 너무 길다”며 “최근 도입된 일·학습 병행제처럼 좀 더 산업 현장에 적합한 과정을 학부에서부터 밟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청년 신용유의자도 4년 새 2배로

 청년들이 취업시장에서 낙오되면서 이들의 경제적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청년들이 장기실업에 내몰리면서 6개월 이상 생활비 대출을 연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012년 2427명이었지만 2013년 4242명, 2014년 3915명, 2015년 4946명, 2016년 5071명으로 4년 새 2배로 늘었다. 연체금액도 30억 원, 57억 원, 59억 원, 76억 원, 84억 원으로 계속 올랐다. 이처럼 학자금 대출 중 생활비 대출을 갚지 못하면 신용유의자로 전락해 금융거래 등 정상적인 경제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생활비 대출 신용유의자가 늘고 있지만 한국장학재단은 올해 2학기부터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의 생활비 대출 한도를 기존(1학기 100만 원)보다 50만 원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등록금 대출 수요는 국가장학금이 보충해 주지만 생활비가 없어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대부업체에 손을 뻗으면 안 된다”며 “학생들 빚을 늘리려는 게 아니라 학업에 전념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도 대출 규모가 크다는 지적이 많아 생활비 대출 한도 증액을 추진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세종=천호성 thousand@donga.com /최예나 기자
#인턴#실업자#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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