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을 공기업으로 지정해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재부는 “방만 경영 등을 견제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방침인 반면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해당 기관은 “과도한 통제를 받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산은과 기은은 민영화 등을 이유로 한동안 공공기관에서 제외됐다가 민영화 움직임이 공식적으로 중단된 뒤 2013년 공기업보다 관리 감독이 덜한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16일 기재부와 금융위,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달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산은과 기은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부실 등의 책임과 방만 경영 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기업 지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금융위의 금융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들 수 있다. 당시 산은은 C등급을 받았는데 기관장이 해당 연도 기본 연봉의 30%를 성과급으로 받아 논란이 일었다. 기재부는 산은 등이 기타공공기관에서 공기업으로 바꿔 관리를 강화하면 이런 논란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산은과 기은은 정부의 통제로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나뉜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조직 운영이나 정원, 인사관리, 예산, 자금 운영 등 경영 전반의 의사 결정에 대해 공운위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다른 법인에 출자할 때도 기재부와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
기재부와 금융위의 관리를 동시에 받게 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양 부처의 의견을 동시에 반영하다 보면 빠른 의사 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재부가 국정 공백을 틈타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은 독과점적 성격이 강해 물가 관리 등을 위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산은과 기은은 시중은행과 경쟁하고 있어 독과점 공기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공기업 지정이 통상 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산은이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에 출자전환을 결정하자 일본은 “정부가 사실상 보조금을 지급한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산은이 공기업이 된다면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통한 통상 마찰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산은과 기은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공기업의 요건에 해당된다. 통상 마찰에 대한 우려는 법률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상당수 전문가가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산은과 기은을 공기업으로 지정해도 경영 및 정책 수행에 대한 감독은 주무 부처의 몫이라는 게 기재부의 생각이다. 감사나 비상임이사에 대한 임명권이 금융위에서 기재부로 넘어가지만 기재부는 공운위를 통해 경영 평가만 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융 공공기관의 경영 감시는 필요하지만 관치금융 논란과 대선 이후 정부 조직 개편 등의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창원 한성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정 공백 상태에서 공공기관 지정의 큰 변화가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대선 이후 정부 개편을 보며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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