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제프 베저스 아마존 창업자가 연봉 100만 달러짜리 직장에 사표를 내고 아마존을 창업하기로 결심했을 때 그에게는 웅장한 비전만 있을 뿐 이를 달성할 세부 계획은 없었다. 아마존 웹사이트가 오픈한 첫 주, 아마존은 1만2000달러 상당의 책을 팔았는데 발송한 책은 846달러어치에 불과했다. 둘째 주엔 7000달러어치를 발송했지만 첫 주 주문량을 다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1만4000달러어치의 주문이 추가로 들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존이 문을 연 지 2주 만에 야후 공동 창업자로부터 야후 홈페이지 목록에 아마존을 올리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이미 기존 인력으로 몰려드는 주문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던 직원들은 다들 반대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잠깐 속도를 조절하면서 조직을 정비하려고 한다. 하지만 베저스는 숨 고를 시간을 찾는 대신 기회를 확고히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베저스는 야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당연히 아마존의 매출은 급상승했고 일은 더 늘어났으며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업무가 늘었다.
우리는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지금까지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 질서정연한 실행이 성공을 보장하는 징검다리와 같다고 배워 왔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산업화 시대에 맞는 상식일 뿐이다. 아마존의 사례처럼 무계획이 성공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신간 ‘메시’(Messy·위즈덤하우스·2016년)는 파이낸셜타임스의 시니어 칼럼니스트이자 세계적인 밀리언셀러 ‘경제학 콘서트’의 저자인 팀 하포드가 ‘정말로 계획과 질서는 성공으로 이어지는가’라는 단순한 물음에 답한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가 세우는 많은 계획은 실은 실행하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을 방해하는 요소다. 또한 주변을 질서정연하게 정리하려는 욕망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동력을 통제한다. 오늘날처럼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들이 탄생하는 시기에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변화 그 자체에 숙련된 힘이 필요하다. 저자는 혼란스럽고 엉망진창인 상태를 뜻하는 ‘메시’라는 개념을 통해 혼돈의 시기에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내는 혁신의 비밀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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