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사랑, 이보다 달달할 수 있을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9일 05시 45분


뮤지컬 ‘오! 캐롤’에서 게이브와 로이스 역을 맡은 허규(왼쪽), 이유리는 조연임에도 주연 못지않은 ‘커플 케미’를 보여줬다. ‘국민악녀’ 이유리의 달달한 변신도 눈길을 끈다. 사진제공|쇼미디어그룹
뮤지컬 ‘오! 캐롤’에서 게이브와 로이스 역을 맡은 허규(왼쪽), 이유리는 조연임에도 주연 못지않은 ‘커플 케미’를 보여줬다. ‘국민악녀’ 이유리의 달달한 변신도 눈길을 끈다. 사진제공|쇼미디어그룹
‘록커’ 허규의 거친 미성…‘국민악녀’ 이유리의 사랑스러운 변신

● 뮤지컬 ‘오! 캐롤’의 허규&이유리

‘맘마미아’와 같은 주크박스 뮤지컬
한 리조트서 펼쳐진 알콩달콩 사랑
이유리 파워, 뮤지컬 에이스 가능성

로맨틱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음악만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오! 캐롤’. 크리스마스 시즌에 딱 맞는 작품 같지만 사실 내용은 크리스마스와 아무 관련이 없다. 닐 세다카의 간판 히트곡 중 하나가 ‘오! 캐롤’일 뿐이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알아도 닐 세다카는 모른다? 닐 세다카의 이름은 몰라도 그의 히트곡 멜로디 한 두 곡쯤은 요즘 세대라 해도 흥얼거릴 수 있을 것이다. ‘오! 캐롤’이 그렇고 ‘유 민 에브리씽 투 미(You mean everything to me’가 그렇다. ‘원 웨이 티켓(One way ticket)’도 있다. 10대 시절에 데뷔해 클리프 리처드와 함께 1960대 스탠다드 팝계를 양분했으니 아이돌스타의 ‘고인돌’ 격인 인물이기도 하다.

‘오! 캐롤’은 여러모로 ‘맘마미아’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팝 스타의 히트곡을 줄줄이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점이 우선 그렇다. 잘 알고 있듯 ‘맘마미아’는 아바의 히트곡들로 만들었고, ‘맘마미아’ 역시 아바의 노래 중 하나다. 한정된 장소, 특히 관광지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오! 캐롤’은 미국 플로리다 비치의 파라다이스 리조트(쫄딱 망해간다), ‘맘마미아’는 그리스 지중해 외딴섬의 작은 여관(역시 장사가 안 된다)이 무대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알콩달콩 커플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것도 비슷하다. ‘맘마미아’를 재밌게 봤던 사람이라면 ‘오! 캐롤’도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 ‘게이브와 로이스’ 허규·이유리 커플 눈에 ‘확’

‘오! 캐롤’에서는 게이브와 로이스 커플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아마도 이 작품의 진짜 남녀 주인공은 리조트 최고의 인기가수 델과 결혼식 날 신랑이 나타나지 않아 낙심한 채 신혼여행지(파라다이스 리조트)로 친구 로이스와 여행을 온 마지일 테지만 조연 격인 게이브와 로이스도 꽤 흥미로운 커플이었다.

게이브는 파라다이스 리조트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직원이자 인기가수 델의 ‘따까리’인 인물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음악적 재능을 지닌 천재 작곡가.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의사인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로 집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리조트에서 일하고 있는 중이다. 싱어송라이터로 알려진 델의 노래들은 사실 게이브가 모두 작곡한 것들이다.

게이브 역을 맡은 허규는 ‘마마 돈 크라이’, ‘고래고래’, ‘구텐버그’, ‘살리에르’ 등을 통해 잘 알려진 배우. 밴드 피노키오의 리드보컬 출신으로 지금도 브릭의 보컬을 맡고 있는 ‘현역 록커’이기도 하다. 거친 미성(이라고 밖에 표현하지 못하겠다)을 앞세워 하염없이 솟아오르는 고음이 주특기.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오! 캐롤’을 부르는 영광은 델이 아닌 게이브에게 주어졌다.

방송을 통해 ‘국민악녀’로 유명한 이유리는 이미 ‘불효자는 웁니다’, ‘친정엄마’와 같은 뮤지컬에 출연했다. 아무래도 노래보다는 연기 쪽이 훨씬 흥미로운 배우다. 단신이지만 대극장에서도 존재감이 위축되지 않는 것은 이 배우가 지닌 에너지의 게이지를 실감하게 만든다. 물론 작은 성량, 살짝 불안한 음정은 아쉽다. 이 부분만 보강한다면 확실히 뮤지컬계의 에이스로 부상할 수 있는 개성과 실력을 지녔다.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아니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 보기에 딱 좋은 연말 뮤지컬. 따뜻하고 사랑스러워 폭 안아 보고픈 작품이다. 내년 2월5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한다.

사족 하나. ‘오! 캐롤’의 캐롤은 징글벨이 아니라 닐 세다카가 싱어송라이터 캐롤 킹에게 바친 구애의 노래였다. 그렇다면 결과는? 캐롤 킹은 ‘오! 캐롤’의 멜로디에 가사만 바꿔붙인 ‘오! 닐’이란 노래를 발표했다. 내용은 거절이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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