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전략의 생명은 실행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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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권모 경제부 차장
문권모 경제부 차장
 1967년 2월 14일과 15일, 이틀간 파월 한국군은 베트남 중부 꽝응아이 성(省) 짜빈동 지역에서 큰 승리를 거뒀다. 300명이 채 안 되는 청룡부대 1개 중대가 월맹군과 베트콩 2400여 명을 격퇴했다. 당시 승리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중대 단위 전술기지’가 꼽힌다. 이 기지는 어느 쪽에서 공격을 받아도 반격이 가능하도록 원형으로 설계됐다. 방어선은 이중으로 구축해 유사시에 외곽 방어부대가 내부 방어선으로 후퇴한 뒤 적에 대항하도록 했다. 방어선의 교통호는 가로 방향 연결을 최소화했다. 세로 방향 교통호는 소대장 또는 분대장의 허락을 받아야만 쓸 수 있게 설계돼 침투해온 적이 쉽게 이용하지 못했다. 또 아군 방어선까지 적군이 침투할 것을 대비해 참호 곳곳에 두꺼운 지붕을 설치했다. 아군 방어선이 뚫릴 위기에 처하면 지붕 밑으로 아군을 숨게 한 뒤 포탄을 쏟아 부어 적군을 격퇴하기 위해서다. 미군이 처음에는 중대 전술기지를 비웃다가 작전 성공이 이어지자 ‘화력거점(Fire Base)’이란 이름을 붙이고 연구에 나섰을 정도다.

 중대 전술기지는 그 자체가 전략전술의 실행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군은 평소에는 흩어져 있다가 갑자기 뭉쳐 공격하는 적의 작전을 분석한 뒤 방어거점이자 공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중대 전술기지를 고안했다. 이런 접근 방식은 다른 분야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 주요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는 반드시 구체적인 실행 계획 수립 과정이 들어간다. ‘늙은 공룡’ GE를 민첩한 맹수로 재탄생시킨 잭 웰치 전 회장은 실행을 ‘강요’하면서 조직문화를 혁신했다. 그는 실무 부서가 문제 해결을 위한 검토 작업부터 해결책 실행에 필요한 비용·자원, 실행에서 예상되는 문제점 및 대응 방안, 실행의 주체와 과업·기한까지 책임지도록 했다. 또 이를 담은 ‘90일 실행계획’을 만들도록 했다. 전략적 미래 예측 분야 전문가 퍼트리샤 러스티그는 자신의 저서 ‘전략적 미래예측: 미래로부터 배운다’에서 “전략수립은 곧 행동과 같은 말이다”라고 여러 차례 반복해 강조했다.

 실행 계획을 미리 세우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무엇보다도 실제로 일이 발생했을 때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이것은 특히 경쟁자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엄청난 이점을 제공한다. 또 실행 방안을 고민하다 보면 가끔 여러 가지 상황에 공통으로 적용 가능한 ‘황금열쇠’ 같은 해결책이 드러나기도 한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이후 한국과 일본 정부의 행보가 크게 차이가 나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미 대선 직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회담을 성사시켰고 재계 전문가들은 향후 미일 간 경제협력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담은 제언을 정부에 전달했다. 우리 정부도 매일 대책회의를 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우리도 나름대로 트럼프에 대한 분석을 해 놓았다”고 항변한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한 국책연구기관 보고서는 트럼프 대선캠프의 주요 공약과 예상되는 정책 방향에 대해 심도 깊은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체적 행동 방안은 보이지 않았다. 구슬은 꿰어야 보배이듯 전략은 행동으로 이어져야 생명을 얻는다.

문권모 경제부 차장 africa7@donga.com
#전략#트럼프#아베#일본#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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