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정보통신기술(ICT) 회사 아이카이스트랩은 2014년까지 주가가 1000원 안팎인 소형주였다. 올해 6월 이 회사의 주가는 1만8000원대로 치솟았다가 8일 현재 7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자 한국거래소는 즉각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 회사는 2014년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모두 6번의 주가 급등락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받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답은 뻔했다. 한 차례만 빼고 “중요 공시 대상이 없다”는 ‘판박이 답변’을 내놓았다. ‘창조경제’의 대표주자로 각광받던 이 회사의 전 대표이사 김성진 씨(32)는 9월 170억 원의 투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진행된 ‘현저한 시황 변동 관련 조회공시 요구’ 261건 중 191건(73.2%)의 답변이 “중요 공시 대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같은 답변을 내놓은 기업의 수(132곳)는 유가증권시장 전체 상장사의 17.0%에 이른다. 현저한 시황 변동 관련 조회공시 요구는 특정 기업의 주가가 출렁일 때 거래소가 해당 기업에 그 이유를 묻는 제도다. 하지만 주가가 크게 출렁거리는 상황에서도 기업들이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제대로 정보를 얻지 못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소형주에서 이 같은 ‘몰라요’ 답변이 늘어나고 있다. 거래소가 요구한 주가 급등락 조회공시의 90.8%(237건)가 소형주였다. 중형주(시가총액 101∼200위)는 8.0%(21건)였다. 대형주(시총 1∼100위)는 한미사이언스 등 3건에 불과했다. 채현주 한국거래소 부장은 “시가총액이 작은 소형주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기 때문에 작전세력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 내부 정보 유출 등도 중대형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주가 급등락을 이유로 조회공시를 요구하는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4년 71건이던 조회공시 요구는 2015년 92건, 올해는 10월 말까지 98건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100건을 넘어서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속출하고 있는 ‘대선 테마주’가 조회공시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주가 조회공시 요구를 가장 많이 받은 회사(3건)인 성문전자와 선도전기는 모두 특정 대선 후보의 테마주로 분류되는 곳이다. 이 기업들은 모든 조회공시 요구에 “중요 공시 대상이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까지 주당 최고가가 3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던 성문전자는 올해 9월 주당 1만50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의약품주의 인기도 주가 조회공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14년 5건이던 의약품 업종의 주가 급등락은 2015년 10건, 2016년 16건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이달부터 유상증자, 합병 등 의무공시 사항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도 기업이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으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성실공시 유도를 위한 제도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성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나중에라도 공시하겠다고 하는 미확정공시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면서 “현행 한 달인 미확정공시 기한을 더 줄여 투자자들에게 최대한 빨리 정보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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