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초 인사 직접 챙긴다”…연내 이재용 체제 마무리 계획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삼성전자 임시주총서 등기이사로 선임

삼성전자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과 삼성전자 주주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권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삼성전자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과 삼성전자 주주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권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7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에서 시작된 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미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가 찬성 권고를 내린 데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전제로 주주제안서를 냈기 때문에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임시 주총처럼 날선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이른 1시간 반 만에 △프린팅솔루션 사업부 분할 △사내이사 이재용 선임 두 건이 모두 승인됐다.

○ 연내 ‘이재용 체제’ 완비

 이 부회장은 연내에 자신의 체제 완비를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2월 초로 예정된 삼성 사장단 및 임원 인사도 직접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추진해도 되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굳이 6개월 앞당겨 임시 주총에서 처리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올해 안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의미’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내년 초까지 기다리려면 ‘이재용호’ 출범 시기가 너무 늦어진다는 것이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단순 등기이사 선임에 머물지 않고, 이사회 의장 또는 회장으로 한 계단 더 올라서는 과정이 이르면 다음 달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회장이 직접 연말 삼성 인사를 총괄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체제를 꾸리려면 등기이사보다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이 따르는 직책이 있어야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재계에서는 이사회 의장 선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도 이날 논평에서 “등기이사도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다양한 만큼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며 “조직 내부 구성원들을 통합하고 외부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조정자, 이사회 의장으로서의 역할이 이 부회장이 가야 할 길”이라고 밝혔다.

 이사회 의장에 오르는 건 주주총회 등 별다른 절차 없이 이사회 내에서 승인되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앞서 3월 이사회 정관을 변경해 이전까지 대표이사만 맡을 수 있던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 결의만 거치면 누구나 맡을 수 있게 했다. 현재 이사회 의장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맡고 있다.

 그동안 삼성이 벤치마킹해 온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형태의 이사회 의장 제도를 운영 중이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의 공식 직함은 ‘이그제큐티브 체어맨(Executive Chairman)’으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 대표이사들을 지휘하는 역할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CEO이자 이사회 의장(Chairman)을 맡고 있다. 존 엘칸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 회장은 CEO는 아니지만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 갤노트7 사태 수습 후 행보 주목

 이 부회장은 연말에 삼성전자 사업부 인사를 총괄하면서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 수습에도 직접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등기이사인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 대표(사장)는 이날 주총에서 주주들에게 갤럭시 노트7 단종과 관련한 현황을 발표하고 사과했다. 신 대표는 “두 번에 걸쳐 배터리 이슈가 발생한 것을 깊이 자성한다”며 “근본적 원인 규명을 위해 배터리 공법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하는 한편 외부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스마트폰 자체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의 제조 공정과 물류 등 전 과정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자체 분석뿐 아니라 미국 인증기관인 UL 등 국내외 권위 있는 제3의 기관에 조사를 의뢰했으며 원인을 찾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체제에도 대폭 손을 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최근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미래전략실 축소 움직임이 적지 않게 포착되는 분위기다. 아직 일부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해체는 못하더라도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평소 강조해 온 스타일과도 맞는다. 그룹 컨트롤타워 기능을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현 jhk85@donga.com·서동일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