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하청업체 ‘안전경영 윈윈’ 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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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에쓰오일 등 산업재해율 크게 낮추고 있지만
원청 책임 강화한 산안법 개정안 국회서 처리돼야 획기적 개선

 
두산인프라코어에서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두산인프라코어에서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두산인프라코어㈜ 군산공장은 지난해 무(無)재해를 달성했다. 협력업체 재해율도 2011년 1.48%에서 지난해에는 0.2%까지 떨어졌다. 원청인 두산인프라코어가 협력업체의 안전관리를 지원하는 ‘공생협력 프로그램’을 가동한 덕이다. 원청이 협력업체의 안전관리 역량을 끌어올려 양쪽 모두의 재해를 대폭 줄이는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에쓰오일㈜ 울산공장은 협력업체가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3년 동안 컨설팅 및 심사비용을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18개, 올해는 10개 협력사가 인증을 받았고 내년에는 6곳이 추가로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특히 협력업체 안전관리 감독자를 상대로 연 2회 워크숍을 열고, 인증 컨설팅 설명회도 울산공장이 직접 개최하고 있다.

 이렇게 원청과 하청이 함께 안전경영을 이뤄낸 사례도 있지만, 여전히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올해 6월과 지난해 8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과 강남역에서 일어난 안전문(스크린도어) 사고의 피해자는 모두 협력업체 근로자였다. 올해 6월 경기 남양주시 복선전철 공사현장 가스폭발 사고 때도 협력업체 근로자가 5명이나 사망했다.

 최근 대기업들이 탄력적 인력 운용과 비용 절감을 위해 하도급을 대거 늘리면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산업재해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중대재해(1명 이상 사망하거나 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재해) 피해자 중 하청업체 근로자 비율은 2012년 37.7%에서 지난해에는 40.2%까지 늘어났다. 특히 하청업체의 안전사고에 대해 원청업체가 나 몰라라 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안전을 원청 대기업이 보장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19대 국회에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원청이 안전보건 조치를 취해야 할 장소를 현행 20곳에서 ‘모든 작업장’으로 늘리고, 위험한 작업을 하도급 줄 때 고용노동부의 인가를 받도록 했다. 인가는 최대 3년까지 가능하며, 기간이 끝나면 안전보건 평가를 거쳐 재인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또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해 우수 사업장에는 표창을 수여하고 근로감독을 면제해주고 있다. 그러나 산안법 개정은 노동개혁 입법 논란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못 하고 폐기됐고, 정부는 20대 국회에 같은 개정안을 다시 제출했다. 박화진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여야의 견해차가 크지 않은 만큼 개정안이 꼭 처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원청#하청#안전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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