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권오갑 체제’ 사업재편 속도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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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극복 능력 인정받아 부회장 승진… 최길선 회장은 대표이사서 물러나
강환구 사장 새 대표이사 선임… 정기선 전무 입지강화 포석도

 
현대중공업이 권오갑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구조조정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겼다. 최길선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강환구 현대미포조선 사장이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권 부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를 맡는다. 권 부회장의 승진은 최악의 여건 속에서도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며 ‘급한 불’을 끈 공로를 인정하고, 앞으로의 난관을 넘겨달라는 주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17일 현대중공업그룹은 사장단 및 사업대표를 교체했다. 2014년 이후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의 ‘투톱’ 체제로 유지돼 오던 현대중공업은 최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권 부회장이 경영상 최고 의사 결정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통’인 강 사장은 현대중공업의 생산과 설계, 안전 등 울산조선소 경영에 전념하고 권 부회장은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재편, 미래전략, 대외업무 등 그룹 전체를 이끌어가는 기획실장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그룹 측은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인사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일감 부족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세대교체를 통해 내년 사업계획의 실천과 위기 극복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 회장은 법적 책임을 지는 대표이사직에선 물러나지만 조선업에 대한 뛰어난 식견을 경영 일선에서 여전히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현재의 일감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영업에 힘을 실어주기로 하고 가삼현 선박해양영업본부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또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에 현대중공업 조선사업 생산본부장인 한영석 부사장을 발령했다.

 권오갑 부회장은 현대중공업 부사장을 거쳐 2010년부터 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당시 정유업계가 사상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던 상황에서 4대 정유회사 중 유일하게 현대오일뱅크를 흑자로 바꿨다. 권 부회장은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2014년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구조조정을 지휘해 왔다.

 강환구 사장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나와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기획부서 등을 거쳐 2014년부터 현대미포조선 사장을 맡아 왔다.

 이번 인사가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의 장남인 정기선 선박해양영업부문장(전무)의 입지를 강화해 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너 일가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권 부회장 체제가 만들어지고 영업부문이 강화되면서 정기선 전무가 조직 내에서 역할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권 부회장과 정 전무는 주요 수주 계약 체결식 등에서 자리를 함께해 왔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수주 가뭄 속에서도 잇따라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성과를 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그리스의 EST사와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2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척당 57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2018년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수주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올해 수주량은 유조선 12척, 가스선 3척 등 총 17척으로 늘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현대중공업#수주#권오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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