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교환·환불 문의전화는 많은데…매장 온 사람은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3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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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전화는 쉬지 않고 울렸지만 정작 매장을 찾는 사람은 뜸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 교환·환불 업무를 시작한 13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 판매·대리점에서는 갤럭시 노트7 이용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울 종로구 SK텔레콤 대리점 직원은 "오후까지 갤럭시 노트7 교환·환불 업무로 매장을 찾은 고객은 두 명뿐이었고, 이들도 교환 가능한 다른 제품을 살펴보다가 그냥 돌아갔다"라며 "한 차례 리콜로 교환한 갤럭시 노트7 새 제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으니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숨어 버린 갤럭시 노트7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종로구, 마포구 일대 이통3사 판매·대리점은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었다. 직장인들이 몰리는 점심시간에도 갤럭시 노트7 교환·환불 대상자는 거의 없었다.

서울 마포구 삼성 디지털프라자 매장 한 켠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갤럭시 노트7 홍보 전단지가 판매 중단 안내문과 함께 쌓여있었다. 갤럭시 노트7 체험 공간 자리는 1년 전 모델인 갤럭시 노트5가 자리를 채웠다. 삼성 디지털프라자 직원은 "'교환·환불 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까지 갤럭시 노트7 제품을 쓸 경우 불이익을 받느냐' '갤럭시 노트7과 비슷한 사양 제품이 무엇인가' 등의 문의 전화만 10여 통이 왔었을 뿐 실제 교환이나 환불을 받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 한 판매점 직원은 "갤럭시 노트7은 홍채인식, 펜 기능 등 기능적인 면뿐 아니라 색상, 디자인 면에서도 이용자 인기가 높았던 제품이라 아직 미련을 갖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13일 갤럭시 노트7 교환·환불 속도를 높이기 위해 7만 원 상당의 추가 혜택 계획을 밝혔다. 모든 이용자에게 삼성전자 모바일 이벤트몰 3만 원 쿠폰을 제공하고, 11월 30일까지 갤럭시 S7 시리즈, 갤럭시 노트5로 교환하는 고객에게 통신비 7만 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통신 업계에서는 이미 한 차례 리콜을 겪은 이용자들의 피로감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새 갤럭시 노트7을 사용하고 있는 직장인 정모 씨(32·여)는 "삼성전자 이벤트몰 상품권도 결국 삼성전자 수입인데 이용자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갤럭시 노트7 공백을 뺏어라"

13일(현지 시간)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리콜 대상을 교환 제품까지 포함해 총 190만 대로 발표했다. CPSC는 "미국 내 갤럭시 노트7 과열 사건은 총 96건이며 이 중 재산 및 화상 피해를 일으킨 건 60건"이라고 밝혔다. 전체 96건 중 지난달 1차 리콜 이후 접수된 것은 23건이다.

리콜 대상 중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갤럭시 노트7 수량은 약 55만 대다. 애플, LG전자 등 경쟁사들은 '출고가 인하' '마케팅 강화' 등의 방법으로 삼성전자 시장 빼앗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자업계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4분기(10~12월) 신규 고객까지 생각하면 최대 55만여 대 이상의 시장 점유율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와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는 LG전자가 유리한 상황에 놓였다고 본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는 삼성·LG전자가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애플이 사용하는 iOS 운영체제 이용자가 갈린 상태다. 각각의 운영체제에 적응하고, 수년간 많은 데이터를 쌓아온 만큼 갤럭시 노트7 이용자가 아이폰7으로 교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대화면 스마트폰 V20 판매를 시작해 이제 예약판매를 시작하는 아이폰7보다 시간적으로도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갤럭시 S7 시리즈로 교환할 경우 '7만 원 통신비 지원' 등 더 많은 혜택을 주며 고객 유출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라 V20이 반등할 기회는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통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V20 일 판매량은 약 3000대, 누적 판매량은 5만여 대 수준으로 시장 반응은 미비한 수준이다.

국내 이통사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갤럭시 S7 시리즈로 교체 시 통신비를 지원해주고, 애플은 전작 아이폰 6S 출고가를 17만 원 정도 낮췄다"라며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로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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