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석달째 0%대… 커지는 ‘D의 공포’

  • 동아일보

7월 0.7% 올라 10개월만에 최저 수준
체감경기도 하락… “추경 신속집행 필요”

저유가 영향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7%로 집계되며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의 늪에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경상성장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성장률은 실질성장률에 물가상승률(GDP 디플레이터)을 더한 것으로, 경제 주체가 인식하는 실제 체감경기를 뜻한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7% 상승했다. 이로써 소비자물가는 올 5월 이후 3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다. 2015년 9월(0.6%)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우영제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8.9%나 떨어지며 물가 하락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가격 변동이 심한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6% 상승해 7개월 연속 1%대 증가에 그쳤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근원물가를 근거로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경제 상황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이라고 설명해 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근원물가는 줄곧 2%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문제는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물가마저 낮은 수준을 면치 못하면 경상성장률, 즉 체감경기가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기획재정부는 6월 말 ‘하반기(7∼12월)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4.5%에서 4.0%로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일각에선 현재 물가 추세가 이어지고 경기가 반등하지 못하면 하반기 경상성장률이 3.5%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독일의 1인당 국민총소득이 한국의 현재 수준과 비슷했을 때의 경상성장률은 5∼6%대였다.

경상성장률 둔화는 실물경제에 연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업에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줄어들어 투자 부진이나 고용 둔화로 이어진다. 가계의 경우 명목임금 상승률이 하락해 소비 여력이 줄어든다. 정부 역시 세수(稅收)가 예상보다 줄어들어 재정건전성이 악화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20년 전의 일본처럼 이미 디플레이션 초입에 들어간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적정한 경상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추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동시에 신속한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같은 확장적 재정정책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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