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못벗은 유럽… 불확실성의 일상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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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한달… 세계경제 새 국면

지난달 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 이후 한 달이 지나며 주가 환율 등 세계 금융시장의 주요 지표가 브렉시트 이전 모습을 되찾고 있다. 세계 경제가 겉보기엔 정상을 되찾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춰보면 과거와 또 다른 ‘브렉시트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브렉시트 직격탄을 맞은 유럽이 미국 아시아 등 다른 지역보다 더딘 회복을 보이는 등 경제와 정치의 불확실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렉시트 투표 전날인 지난달 23일과 이달 22일 한 달 사이 미국과 일본,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의 대부분이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렉시트의 단기 충격을 딛고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한 달 전보다 3.11% 올랐으며, 일본도 같은 기간 2.40% 상승했다. 중국(4.18%), 한국(1.19%) 증시도 브렉시트 이전 수준보다 올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가 4.05% 상승하는 등 대부분의 신흥국 증시도 브렉시트 충격에서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유럽 증시의 대부분은 아직 브렉시트 영향권 내에 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50지수 변동률은 같은 기간 ―2.16%로 나타나 브렉시트 이전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독일(―1.07%), 프랑스(―1.90%), 이탈리아(―6.61%) 등 유럽 주요 국가 증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브렉시트의 진원지인 영국 증시만 경기 회복 정책과 파운드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증가 기대감으로 6.19% 올랐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의 충격이 예상보다 크진 않았지만 세계 금융시장의 취약성은 다시 한 번 드러났다고 평가한다. 또 유럽 증시의 느린 회복 속도가 향후 세계 경제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은행들의 부실 문제가 도사리고 있고, 실물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영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2.2%에서 1.3%로, 유로존은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한 것도 이런 인식을 보여준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하반기(7∼12월)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과 무역량 등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 세계 증시가 다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요국 환율의 움직임도 변수다. 브렉시트 한 달 동안 달러화 대비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11.9% 하락했다. 유로화 가치도 같은 기간 3.58% 떨어졌다.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급등세를 보였던 일본 엔화는 달러당 100엔 선이 위협받았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 통화가 흔들리면 신흥국이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환율 움직임이 커지면 글로벌 자금의 이동 속도가 빨라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유럽팀장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공조와 협조가 계속될지 확신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23, 24일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는 브렉시트로 증가한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치기로 하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브렉시트#금융#환율#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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