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이어 통신… SK, 中진출 양날개 편다

  • 동아일보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 10년만에… SKT, 中기업과 합작법인 설립
스마트 도장 기술 활용 O2O서비스… 최태원 경영복귀 후 공략 잰걸음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은 2006년 3월 신규 선임된 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중국 현지화를 강조하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처음 공식화했다. 최 회장은 “중국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성장하는 새로운 시장이기 때문이 아니라 중국의 성장이 한국에 미칠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흐름을 유연하게 타기 위해 우리는 ‘차이나 인사이더’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이후 10년 동안 국내 기업 중 중국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왔다. 석유화학과 반도체 등의 경우 2000년대 중반부터 펼친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이 최근 2, 3년 사이 잇달아 결실을 맺고 있다. 성장 정체로 고민에 빠진 SK텔레콤과 SK플래닛 등 정보기술(IT) 계열사들도 다시 중국 시장을 두드리고 나섰다.

SK텔레콤은 ‘스마트 스탬프’(폰에 찍는 도장) 기술을 가진 국내 벤처 원투씨엠, 중국 둬라바오(결제대행업체), 블루포커스(미디어광고그룹), 헤이마라이브(모바일서비스업) 등과 함께 올 11월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SK텔레콤은 이 합작사를 통해 중국 O2O(온·오프라인 연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합작사는 원투씨엠의 스마트 스탬프 기술을 활용해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등을 기반으로 쿠폰 발행, 상품 광고, 지불 결제 등의 서비스를 운용할 예정이다. 지분은 SK텔레콤과 원투씨엠이 각각 42.71%, 35.81%, 중국 3사가 나머지 21.48%를 나눠 갖는다. SK텔레콤으로서는 중국에 재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SK텔레콤은 중국 통신시장 진출을 목표로 2006년 7월 차이나유니콤 지분 3.8%를 사들였지만 별다른 사업을 해보지도 못한 채 2009년 9월 전량 매각한 바 있다. 3000억 원의 시세차익은 큰 위안이 되지 못했다.

SK그룹의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은 주로 SK종합화학, SKC, SK하이닉스 등 대규모 장치산업 계열사들이 주도해 왔다. 지난해 8월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SK그룹의 중국 진출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최 회장은 복귀 10여 일 만에 떠난 첫 해외 출장지로 중국을 선택할 정도로 애정이 깊다. SK종합화학은 올 초 아예 중국 상하이(上海)에 전략사무소를 마련했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플래닛이 최근 중국 최대 민영투자회사로부터 1조 원대 투자를 받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가 중국에 목을 매는 이유는 대표적 규제산업인 에너지와 통신은 국내에서 성장의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연적 과제”라며 “그중에서도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기업들이 많고 거대한 소비재 및 중간재 시장을 가진 중국은 가장 매력적인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임우선 기자
#sk#차이나인사이더#o2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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