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광고라니… 억울한 태극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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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롯데월드타워 논란뒤엔…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월드타워 전경. 8일 현재 ‘대한민국 만세’ 문구 밑의 문제가 됐던 붉은색 ‘LOTTE(롯데)’ 로고는 지워져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월드타워 전경. 8일 현재 ‘대한민국 만세’ 문구 밑의 문제가 됐던 붉은색 ‘LOTTE(롯데)’ 로고는 지워져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월드타워 전면에 설치된 초대형 태극기가 다음 달 중 철거된다. 한 지역 시민단체가 “롯데가 태극기에 기업 로고를 넣어 광고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이와 관련해 서울시와 송파구가 롯데 측에 의견 제출을 요구하는 등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롯데월드타워를 운영하는 롯데물산은 “12월 22일 제2롯데월드타워가 정식으로 문을 열기 전 철거하려고 했던 태극기와 문구를 7월 중 철거하기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철거에는 4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공사 중인 롯데월드타워 전면에 설치된 태극기와 문구는 지난해 8월 광복 70주년을 맞아 롯데가 붙인 것이다. 당시 설치에 2억 원이 들었다. 타워 63∼70층(호텔 객실 구간)에는 가로 36m, 세로 24m의 초대형 태극기, 43∼58층(레지던스 구간)에는 가로 42m, 세로 45m 크기의 문구가 붙었다. 처음 ‘나의 광복’이라고 쓰였던 문구는 ‘통일로 내일로’(지난해 10월), ‘도약! 대한민국’(올해 1월), ‘대한민국 만세!’(올해 3월) 등으로 바뀌었다.

논란은 올해 4월 4일 서울 강동·송파구의 지역 시민단체인 위례시민연대가 태극기와 문구에 대해 서울시와 송파구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위례시민연대는 “롯데가 옥외광고물 관리법과 대한민국 국기법 등을 위반하고 있다”며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례시민연대가 특히 문제 삼은 부분은 문구 밑에 붉은색 영문자로 쓰인 롯데(LOTTE)란 브랜드였다. 시민연대는 “회사명을 넣었기 때문에 순수한 의도로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십 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서울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등에는 현판 설치 주체의 로고 등이 안 들어 있다.

논란이 일자 지난달 8일 롯데물산이 건물 외벽 문구에서 영문 사명을 뺐다. 이 때문에 현재 제2롯데월드타워 외벽에는 ‘대한민국 만세’라는 메시지와 태극기만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이날 송파구 관계자는 “롯데 로고는 옥외광고물 관리법 위반의 소지가 있었지만 태극기 자체는 광고물이 아니기 때문에 건물 외벽에 태극기를 설치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국내 보수단체와 일부 시민들이 태극기 철거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국가보훈처는 5월 23일 “6월 호국의 달을 맞이하여 국가 자긍심 향상 및 태극기에 대한 국민의 친밀감 제고를 위해 제2롯데월드타워의 대형 태극기 및 ‘대한민국 만세’ 엠블럼을 계속 유지하여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롯데물산에 보냈다.

그런데도 위례시민연대가 계속 철거를 요구하자 롯데는 이날 태극기 철거 시점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롯데 측이 롯데월드타워 완공 때까지 인허가 문제 등으로 서울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그런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시와 관할 구청이 태극기 설치까지 간섭하는 것은 민간기업 활동에 대한 지나친 월권”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불필요한 논란의 재연을 막기 위해서는 공익성 광고물을 판가름할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서울시, 송파구 어느 쪽에서도 태극기와 문구에 대해 옥외광고물 관리법 위반인지 아닌지 명확히 설명해 주지 않았다”며 “서울시가 4월에 보내온 공문도 옥외광고물 관리법 위반 대상인지 아닌지 우리 쪽에 물어보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롯데월드타워#태극기#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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