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아르케베 오쿠바이 메티쿠 에티오피아 총리 특별자문관(수석장관)은 영원무역 방글라데시 및 베트남 공장을 둘러봤다. 아르케베 특별자문관은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에게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공단 내 터 330만 m²(약 100만 평)를 한국 섬유기업들에 공짜로 내주겠다는 뜻을 전했다. 노동집약적인 섬유산업은 현지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에티오피아는 25일 아프리카 3개국 및 프랑스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첫 목적지다. 영원무역은 이번 순방 기간에 에티오피아 투자위원회와 볼레레미 공단 내 공장 하나를 생산시설로 임차하는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섬유산업연합회도 영원무역에 이어 아디스아바바 공단에 진출할 국내 기업을 돕기 위해 에티오피아 투자위원회에 ‘코리아 데스크’를 설치하기로 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대통령 순방을 앞두고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릴 것 없이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새로운 성장시장 발굴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아프리카를 ‘마지막 신흥 시장’으로 보고 있다. 2009년 12월 중아(中阿·중동 및 아프리카)총괄을 아프리카총괄과 중동총괄로 분리한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케냐, 가나, 세네갈 등 주요 5개국에서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지 특성에 맞춘 ‘빌트 포 아프리카(Built for Africa)’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아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라며 “주요 국가 및 대도시 중심이었던 마케팅도 주변국 및 중소도시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TV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회사인 IHS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 TV의 아프리카·중동 시장점유율은 각각 34.4%와 28.2%였다. LG전자의 경우 조성진 H&A사업본부장(사장)이 이번 경제사절단에 직접 참여해 아프리카 가전사업 확대에 힘을 싣기로 한 것도 눈에 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최근 판매량이 축소된 아프리카 시장에서 반등을 꾀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각각 13만3000대와 7만4000대를 판매했다. 각각 전년 대비 9.8%와 18.2% 줄어든 것이다. 올해 1∼4월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26.4%와 44.3%가 감소해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아프리카는 통화 약세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면서 고객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며 “하반기(7∼12월)부터는 ‘i10’, ‘ 투싼’, ‘엑센트’ 등 경쟁력 있는 차종을 중심으로 판매량 회복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인구가 10억 명 이상인 데다 중산층 인구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소비재 구매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영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정치적으로 안정화된 아프리카는 소비시장 팽창, 인프라 개발 붐이 함께 일어나고 있다”며 “중견·중소기업들도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한국산업전용공단 등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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