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스타’ 놓치고, 대장株 맥못추고… 시련의 코스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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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급 삼성바이오로직스 코스피行… 셀트리온 주가하락에 공매도 의혹
시장 이끌 ‘간판선수’ 부족… 700선 안팎서 게걸음 장세
“해외 IR통해 투자 확대 유도”

지난달 28일 삼성그룹의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결정하자 지난해부터 유치에 공을 들여 온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시가총액이 최대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대어급 회사를 상장시켜 코스닥시장을 바이오 등 신성장 산업의 자금줄로 키우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추락한 코스닥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코스닥시장이 각종 악재로 수난을 겪고 있다. 올해 처음 코스닥지수가 700 선을 돌파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을 대표하는 스타 종목을 늘리고 거래 규모를 키우지 못하면 코스피의 ‘마이너리그’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19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700 선을 넘었다. 지난달 25일 703.70으로 연중 최고점을 경신했으며, 이후 700 선 안팎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코스닥지수가 700 선을 넘었을 때에 비하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여러 코스닥시장 종목이 구설수에 올랐다”며 “바이오 헬스케어 열풍이 잠잠해지면서 추천할 만한 종목도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1조 원이 넘는 코스닥 종목은 19개로, 코스피 180개사의 약 10%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투자자들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종목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코스닥 대장주인 바이오제약업체 셀트리온은 국내 기업 최초 로 의약품의 미국 시장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는데도 주가가 한 달 새 12% 빠졌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로부터 ‘특정 세력의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시총 3위인 식음료업체 동서는 지난달 29일 장 종료 후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신청했으며, 조만간 이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3월 ‘품절주 현상’을 일으키며 주가 조작 의혹 논란까지 일었던 의류업체 코데즈컴바인이 여전히 상위권인 시총 5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코스닥지수가 코데즈컴바인의 주가 움직임에 왜곡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코데즈컴바인의 보호예수 물량이 풀리는 6월까지는 지수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더 성장하려면 삼성전자와 같은 탄탄한 대표 종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기관 및 외국인 투자가의 자금이 유입돼야 시장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김재준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지난해 한 차례만 진행했던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올해부터 5월과 10월 두 차례로 늘렸다”며 “IR를 강화해 투자를 유치할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및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자회사 분리를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코스닥시장의 경쟁력이 회복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코스닥시장의 특성을 강화하면 투자자의 자본 유치와 신규 업체 상장 등이 더욱 원활해진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코스닥시장이 따로 분리되면 코스피시장의 정보통신(IT), 바이오업체 등을 이전 상장시키려는 활동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코스닥#대장주#바이오스타#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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