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만들어낸 수천 개 일자리… 제조업 위기 극복 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7일 15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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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임스, 그렇게 좋은 진공청소기가 있다면 후버(당시 세계 최대 가전업체)가 진작 내놓지 않았겠어?”

1978년 말 영국 정원용품 업체 ‘커크-다이슨’ 이사들은 제임스 다이슨 창업주(69)가 제안한 청소기 개발 프로젝트를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다이슨 창업주가 만들자고 한 제품은 회오리바람을 활용한 세계 최초의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전체 지분의 3분의 1만 갖고 있던 다이슨 창업주는 이사회 설득에 실패했다. 급기야 이듬해 1월 자신의 회사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는 그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믿었다. 홀로 제품 개발에 나선 그는 시제품 5127개를 만든 끝에 1993년 듀얼 사이클론 진공청소기 ‘DC01’을 세상에 내놓았다. 같은 해 설립된 기술벤처 다이슨은 지난해 17억4000만 파운드(약 2조9000억 원)의 매출액을 올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 헤어드라이어 시장 신규 진출

다이슨은 27일 일본 도쿄에서 전 세계 미디어관계자 200여명을 초청한 헤어드라이어 신제품 발표행사를 열었다. 진공청소기에서 시작해 날개 없는 선풍기, 공기청정기 등으로 제품군을 넓혀온 다이슨이 뷰티 영역으로 사업 분야를 넓힌 것이다.

다이슨의 첫 헤어드라이어 ‘다이슨 슈퍼소닉’은 머리카락이 고온에 손상되거나 필터 안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설계됐다. 4년 동안 테스트한 머리카락 길이만 1625㎞에 이른다. 다이슨 창업주는 전날 가진 인터뷰에서 “헤어드라이어는 청소기처럼 오랫동안 아무런 혁신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다이슨 슈퍼소닉은 매우 작고 속도가 빠른 모터를 손잡이 부분에 넣어 무게감, 소음, 과열을 줄이면서 건조 기능까지 개선시켰다”고 소개했다.

다이슨 창업주는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여전히 신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다이슨은 세상에 없는 제품이 아니라 기존 제품을 세상에 없던 방법으로 ‘재발명’하는데 집중한다”며 “현재 폭발 위험성이 없는 고체배터리를 포함한 다양한 신규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강조했다.

●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수천 개 일자리

영국 본사와 해외 사업장을 포함해 전체 임직원이 7000여 명인 다이슨은 말레이시아에 완제품 생산 공장, 싱가포르에 디지털 모터 연구개발센터 및 생산라인을 각각 두고 있다. 그러나 핵심 기술은 영국 남부 월트셔 주에 위치한 본사 연구 디자인 개발(RDD)센터가 맡고 있다. RDD 인력(엔지니어, 과학자)은 전체 임직원의 28.5%인 2000명. 평균 연령은 26세에 불과하다. 다이슨은 15억 파운드(약 2조5000억 원)를 투자해 본사 RDD센터를 확장하고 2000여명의 RDD 인력을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다이슨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산업혁명 진원지인 영국 제조업의 몰락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아 왔다. 영국처럼 투자 위축과 노동생산성 하락 등으로 제조업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잘 활용한다면 새로운 시장 및 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여전히 열려 있다는 사실을 다이슨이 증명했기 때문이다.

다이슨 창업주는 제조업 위기 극복의 해법을 교육에서부터 찾았다.

“영국 등 서구 국가들이 직면한 제조업 위기는 제조와 엔지니어링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공학과 과학을 선택해 보다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기회를 줘야 제조업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도쿄=김창덕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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