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분양권 거래량 10개월만에 최대…작년보다 40% 이상 증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0일 15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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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이 최근 10개월 만에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아파트 시장이 둔화되자 강남권 택지지구 등 인기 주거지의 분양권 시장에 수요자들이 몰리는 모습이다.

2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은 879건으로 지난해 5월(1029건) 이후 가장 많았다. 전달(568건)은 물론, 주택시장 회복기였던 지난해 같은 달(616건)보다도 40% 이상 늘어난 양이다.

지역별로는 지난달 분양권 거래가 이뤄진 서울 21개 구 중 19곳의 거래량이 전달보다 증가했다. 한강이남 지역에서는 마곡지구를 낀 강서구(196건), 위례신도시를 낀 송파구(61건)의 거래량이 많았다. 마곡의 경우 2월 전매제한이 풀린 ‘마곡힐스테이트마스터’에서만 지난달 180채가 ‘손바꿈’됐다.

위례신도시 역시 거래량이 늘고 웃돈(프리미엄)이 회복되는 추세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5800여 채가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한때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달 들어 급매물이 대부분 팔렸다. 웃돈도 지난해 고점 수준(5000만~1억2000만 원)을 회복했다.

강북권에서는 성동(103건), 서대문구(82건) 등 도심에서 가까운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다. 통근 여건이 좋고 한강 조망이 가능한 재개발 단지들에는 1억 원대의 웃돈이 붙었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8억9000만 원에 분양된 성동구 금호동4가 ‘힐스테이트 금호’(전용면적 114㎡)는 최근 10억 원에 분양권이 팔렸다.

이 같은 현상은 주택담보대출을 까다롭게 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기존 아파트 거래가 주춤해지자 분양권 시장이 ‘풍선 효과’를 누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은 이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규제로 기존 아파트를 사기 어려워진 수요자들이 집값을 나눠 낼 수 있는 신규 분양 단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투자자는 물론 내 집 마련을 위해 분양권을 사는 실수요자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분양권 전매 시장의 온기가 기존 아파트 시장으로 퍼질지는 미지수다. 이달 1~20일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5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57건)의 55% 정도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일부 재건축 단지를 제외한 기존 주택시장엔 이렇다 할 반등 요인이 없다”며 “두 시장의 ‘양극화’가 한동안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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