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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단독]롯데 “100억 보상기금”… 피해자 많은 옥시는 ‘쉬쉬 보상’

입력 2016-04-19 03:00업데이트 2016-04-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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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업체 사과]
5년만에 첫 공식 대책… 검찰, 19일 옥시 관계자 소환
고개 숙인 롯데마트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1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한 피해보상안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그는 왜 5년 동안이나 침묵했냐는 지적에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점에 대해서도 사과한다”고 답변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고개 숙인 롯데마트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1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한 피해보상안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그는 왜 5년 동안이나 침묵했냐는 지적에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점에 대해서도 사과한다”고 답변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살인 가습기 살균제’ 탓에 현재까지 정부가 집계한 수치로만 임산부와 영·유아 등 143명을 잃은 피해자 유족들은 햇수로 꼬박 5년, 날짜로는 1800일 넘게 기다렸다. 롯데마트 김종인 대표는 이 사건에 연루된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18일 대(對)국민 사과를 하고 피해보상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취재진과의 질의응답까지 합쳐 걸린 시간은 40분 남짓에 불과했다.

검찰의 조사를 끝낸 피해자 유족 220여 명은 19일부터 검찰에 줄줄이 소환되는 살균제 제조·유통회사 전현직 임원들이 늦었지만 진상을 낱낱이 공개하고, 진정성 있게 피해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5년 침묵 깬 롯데마트의 사과

“가슴 깊이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1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사과문을 발표하기 전 고개부터 숙이자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 도중 4차례 고개를 숙이며 그때마다 “사과드린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공식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피해 여부 확인이 어려웠다는 이유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원인 규명과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며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점에 대해서도 사과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이날 100억 원 이상의 보상기금 마련을 주요 내용으로 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보상대책을 내놨다. 이미 피해보상 전담 인원 구성을 마친 롯데마트는 조만간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을 선정해 보상기준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다. 보상 시점은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뒤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과 및 보상 결정은 사실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종 결정했다고 한다. 롯데마트는 지난달부터 구체적인 사과 방법과 시기 등을 놓고 내부적으로 고민해왔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신 회장은 김 대표가 최종 내용을 보고하자 “우리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뒤에 숨지 말라. 책임질 것이 있으면 선제적으로 나서라”고 지시했다.

롯데마트는 특히 폐 손상을 유발하는 살균제의 주성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피해자 사망의 인과관계가 검찰 수사로 명확해진 데다 가습기 살균제 업계 1위인 옥시레킷벤키저가 그동안 소비자를 기만해온 행태와 증거를 은폐한 사실이 공개되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옥시 제품을 벤치마킹한 롯데마트로서는 더이상 옥시와 같은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첫 사과에도 불구하고 일부 유가족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검찰의 제조업체 소환이 임박해지자 등 떠밀려 마지못해 한 면피성 사과”라며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이날 사과 발표 직후 “단 하루라도 먼저 사과했어야지, 검찰 수사를 하루 앞두고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진심이라고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부인과 둘째 아이를 잃은 안성우 씨는 “롯데마트가 정말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다른 업체들과 함께 공동으로 피해대책 기구를 설립해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울먹였다.

○ 검찰의 타깃 옥시, 피해자 회유 정황까지

올해 2월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지 석 달 만에 제조·유통업체의 첫 사과를 받아낸 검찰은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 측의 관계자를 19일 처음 소환 조사한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옥시는 여전히 물밑에서 피해자 측과 손해배상 합의 조정에 나서고 있다. 옥시 측은 은밀하게 가족 단위로 피해자를 개별 접촉해 손해배상액과 조정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금을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옥시는 ‘가습기 제품과 관련한 민형사상 청구나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와 함께 ‘손해배상을 한다고 해서 옥시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조정문과 각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옥시 측은 롯데마트의 사과 발표 이후에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언론 취재도 피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를 찾았지만 회사 측은 면담을 거절했다. 옥시는 지난해 5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들이 영국 본사를 찾아갔을 때에도 접촉을 거부한 바 있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는 “당시 영국 본사에서 우리를 만나기 위해 나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회사가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옥시 측이 2001년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처음 등록한 뒤 다른 업체에 앞서 인체 유해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독성물질로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제조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규모가 커진 2011년 이후의 납득할 수 없는 행보, 즉 불리한 증거를 은폐하거나 실험을 맡은 교수들을 회유하려 한 점 등은 고의적으로 범행을 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박재명·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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