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살균제 유해성 알고도 판매했는지 집중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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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업체 사과]
흡입금지된 소독용 원료 사용… 옥시 행정담당직원 먼저 불러 조사

국내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를 만들거나 이를 이용해 살균제를 제조, 유통한 기업은 모두 10여 곳에 이른다. 이 중 롯데마트가 처음으로 18일 공식 사과했지만 나머지는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는 일반적으로 ‘원료 원천 제조사→중간도매상→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판매·유통업체’를 거쳐 소비자의 손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이 경로에 있는 기업들이 모두 검찰의 수사선상에 있지는 않다.

검찰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쓴 제품의 유통업체들을 주목하고 있다. SK케미칼이 만든 PHMG는 주로 수영장 타일이나 정화조를 소독하는 데 쓰인다. 검찰은 이 원료로 옥시레킷벤키저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판매했고, 매출이 급증하자 다른 국내 기업들이 너도나도 따라갔던 것이 문제라는 의견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08년 8월 PHMG가 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라고 발표했으며, 검찰도 수사를 통해 해당 인과관계를 확인했다. PHMG를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한 업체는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3개사다.

PHMG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화학물질 정보를 담은 자료)는 ‘제품을 먹거나 흡입하면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검찰은 SK케미칼이 단계별 제조·유통업체에 PHMG의 유해성을 담은 MSDS를 제공했는데도 이들이 무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검찰이 19일 옥시 직원을 소환하면서 제품 제조를 맡은 연구진이 아니라 행정직원을 첫 대상자로 지목한 것도 이런 이유다. 검찰은 또 이 원료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사용되는 사실을 알면서도 SK케미칼이 계속 판매했다면 이 업체 역시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검찰은 PHMG 외에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의 유해성도 확인해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유통시킨 버터플라이이펙트를 수사선상에 올렸지만 해당 업체는 폐업해 사건 종결 뒤에도 보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 피해자 측이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하는 애경, 이마트 등은 폐 손상 인과관계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다른 원료를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해 검찰 수사에서 비켜나 있다.

손가인 gain@donga.com·김준일 기자
#옥시레킷벤키저#롯데마트#가습기살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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