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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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그룹 수뇌부서 무리해 도입할 필요없다는 결론”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계획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수뇌부는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않은데 굳이 무리해서 금융지주사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내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잇달아 회동을 한 것에 대해 시장에서 “삼성의 금융지주사 도입이 임박했다”고 해석한 것과 정반대되는 결론이다. 삼성은 이런 결론을 4·13총선 이전에 이미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더군다나 총선 결과로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꾸려진 상황에서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게 된 셈이다.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요건을 갖춰 왔다. 지난해 10월 세 차례에 걸쳐 총 11조3000억 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 뒤 모두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삼성전자와 달리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화재 등 3개 금융계열사는 비슷한 시기에 자사주를 매입해 그대로 보유해 왔다.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은 올 초에도 자사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현행 관련법상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지분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관문인 삼성생명의 비(非)금융계열사 주식 처분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잠정 보류한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가 되려면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3%를 5%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경영권 위협에 대한 부담 없이 팔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년 전부터 이어져 온 계열사 매각 등 사업 재편 결과로 이미 금융-전자-바이오 3대 축의 수직계열화가 이뤄진 상황에서 당장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힘을 보탰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한 번도 공식 인정한 적은 없지만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들여다봤던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정치,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상황이 호전되면 다시 검토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개혁 작업 일환으로 KT와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업체를 인터넷은행 사업자로 선정한 금융당국도 삼성의 금융지주사 전환이 부담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 추진으로 금산분리를 완화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선 삼성의 금융지주 전환으로 금산분리 자체가 다시 주목받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장윤정 기자
#삼성생명#금융지주사#전환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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