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맥주 절반이상 한국서 마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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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맛 앞세워 국내시장 점령… 한국 막걸리 日 점유율은 곤두박질
“양국 정부 마케팅 차이가 희비 갈라”

“아사히, 삿포로, 기린… 마음껏 고르세요. 4캔에 8000원입니다.”

12일 경기 수원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직장인 최성진 씨(38)는 맥주 코너를 지나가다가 깜짝 놀랐다. 얼마 전까지 500mL 4캔에 1만 원이던 일본산 맥주 가격이 20% 내렸기 때문이다. 최 씨는 “맛있는 데다 국산과 값 차이도 없어 요즘은 일본 맥주를 주로 산다”고 말했다.

최 씨처럼 일본산 맥주를 찾는 국내 소비자가 늘면서 일본 맥주 수입액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새로운 맥주를 찾는 수요가 갈수록 많아지면서 다양한 맛과 포장으로 무장한 일본 맥주의 국내 시장 점령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최근 일본 국세청이 발표한 ‘주류 수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이 한국에 수출한 맥주는 48억5600만 엔(약 514억 원)어치로 일본 맥주 전체 수출액(85억5000만 엔)의 56.8%에 달했다. 일본 맥주 수입 2위 국가인 대만(10억4100만 달러)의 4배가 넘는 규모다. 2013년 28억2800만 엔이었던 일본의 대(對)한국 맥주 수출액은 불과 2년 새 71.5%나 증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산 맥주의 국내 수입맥주 점유율은 28.9%로 2위인 독일(13.3%)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대형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국 내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 위해 다채로운 제품을 출시해 온 일본 맥주 업체들의 경쟁력이 한국에서도 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국산 맥주의 맛이 없다는 선입견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소비자 입맛에 부응하려는 노력이 외국 업체들에 비해 다소 부족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격 구조의 차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일본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다소 불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국내 맥주는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와 이윤 등을 합친 가격에 주세를 매기고, 수입 맥주는 주세를 매긴 가격에 업체가 이윤을 붙이는 방식”이라며 “수입 맥주 업체들은 자율적으로 이윤을 조정해가며 할인 및 묶음 판매 등 다양한 마케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자국산 주류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일본산 술 수입 규제가 강해지자 일본은 국세청과 외무성이 함께 방사성물질에 대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각국을 설득해 유럽연합(EU), 러시아, 브라질 등에서 수입 규제를 풀었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올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서울 사케 페스티벌’을 주최하고, 일본 맥주 업체들은 국내 주요 대형마트에서 ‘봄 한정판’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벌였다.

한국과 반대로 일본에서 한국산 술 판매액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류(韓流) 열풍의 선두주자로 불렸던 한국산 막걸리가 대표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1년 4840만 달러(약 554억 원)였던 대(對)일본 막걸리 수출액은 지난해 914만 달러에 그쳤다. 4년 새 수출액이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는 “일본은 1990년대 초반부터 지방 소규모 맥주 양조장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며 “한국도 주세법 개정 등을 통해 중소 업체를 지원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국제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 / 한우신 기자
#일본#수출맥주#국내시장.점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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