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멋도 중요하지만 ‘자리’에 맞아야 한다. 스포티하면서도 세련된 애슬레저룩이 유행한다고 하지만 상견례 자리에 입고 나갈 만한 옷은 아닐 것이다.
홈플러스의 새로운 CF가 전파를 타고 있다. 홈플러스의 ‘신선품질보장제’ 편이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홈플러스에서 살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광고다.
CF의 첫 장면은 가정의 부엌이다. 식탁 위에 보기에도 좋고 맛도 있어 보이는 채소와 과일들이 가득하다. 젊고 아름다운 주부가 오렌지(귤일지도 모른다)를 들고 있다. 그런데 얼굴이 영 마뜩찮은 표정이다. 다른 한 손은 허리춤을 짚고 있다. 그리고 자막이 뜬다.
남편이 골라온 건, 왜 늘 마음에 안 들지?’
결국 아내가 찌푸린 얼굴로 남편을 부른다. “여보!”
두 번째 장면에선 바나나를 들었다. 역시 마뜩찮다. 주부의 뒤로 개구쟁이로 보이는 아이가 지나간다. 이 바나나를 아이가 먹을 것이라는 암시다. 아내가 남편을 부른다. “여보!”
세 번째는 파프리카와 함께 남편도 등장. 아내가 “여보!”하고 부르자 남편은 다급히, 그리고 당황한 얼굴로 아내를 돌아본다. 두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았다. 남편의 얼굴에는 ‘아이고, 또 한 소리 듣겠구나’라고 씌어있다.
노래와 자막이 연달아 나온다.
‘신선할까 걱정은 / 교환·환불로 안심을 / 홈플러스에선 신선품질보증제’
이어 홈플러스 매장으로 장소가 바뀐다. 가족이 함께 장을 보는 장면이다. 한 눈에 보기에도 신선한 토마토, 바나나가 물기를 머금은 채 매대 위에 쌓여 있다. 아까와는 사뭇 다른, 뿌듯한 얼굴을 한 남편이 바나나를 건네자 아내가 “그래, 이거야”하는 얼굴로 함박웃음을 짓는다.
‘빼는 것이 플러스다!’라는 노래와 자막이 뜬다.
● 공감 가는 소재지만 억지스러운 연결은 마이너스 100점’
‘남편이 장을 봐 온다’, ‘아내가 불만을 갖는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다. 어느 가정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니까. 남편들치고 “여보, 퇴근길에 ○○○랑 XXX 좀 사다 줘”하는 전화를 달가워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이 공감 가는 사례가 이 CF와 어울리는가는 생각해볼 문제다. 왜냐하면 물건을 잘못 사 온 남편에 대한 아내들의 불만은 대부분 다른 데에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엉뚱한 것을 사왔다거나(매운돼지갈비양념을 사다달라고 했는데 샤브샤브양념을 사왔다던지), 너무 많이 사왔거나(남편들은 ‘1000원어치만 주세요’ 소리를 잘 못하는 경향이 있다), 아내의 기준에 비해 너무 비싸게 주고 사왔을 경우가 많다. ‘신선하지 않은 것을 사왔다’고 남편을 타박하는 경우는 이런 사례들보다 확실히 드물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선도를 꼼꼼히 살펴보고 사와야 할 만큼 ‘난이도가 높은 쇼핑’은 웬만하면 아내들이 남편들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아내들도 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다.
이 CF는 가정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공감 가는 현장을 잘 포착했지만 이후의 연결이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사실 막판의 ‘빼는 것이 플러스다’라는 카피도 이 CF에서는 생뚱맞다. 이 광고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시청을 하다 불현듯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졌다. 무방하다면 ‘빼버리고 싶은’ 광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