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 돋보기] 억지 광고 ‘홈플러스’…공감은 ‘마이너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8일 05시 45분


남편이 산 야채 신선도 타박이라니…
“빼는 것이 플러스다” 무슨 말인지

옷은 멋도 중요하지만 ‘자리’에 맞아야 한다. 스포티하면서도 세련된 애슬레저룩이 유행한다고 하지만 상견례 자리에 입고 나갈 만한 옷은 아닐 것이다.

홈플러스의 새로운 CF가 전파를 타고 있다. 홈플러스의 ‘신선품질보장제’ 편이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홈플러스에서 살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광고다.

CF의 첫 장면은 가정의 부엌이다. 식탁 위에 보기에도 좋고 맛도 있어 보이는 채소와 과일들이 가득하다. 젊고 아름다운 주부가 오렌지(귤일지도 모른다)를 들고 있다. 그런데 얼굴이 영 마뜩찮은 표정이다. 다른 한 손은 허리춤을 짚고 있다. 그리고 자막이 뜬다.

남편이 골라온 건, 왜 늘 마음에 안 들지?’

결국 아내가 찌푸린 얼굴로 남편을 부른다. “여보!”

두 번째 장면에선 바나나를 들었다. 역시 마뜩찮다. 주부의 뒤로 개구쟁이로 보이는 아이가 지나간다. 이 바나나를 아이가 먹을 것이라는 암시다. 아내가 남편을 부른다. “여보!”

세 번째는 파프리카와 함께 남편도 등장. 아내가 “여보!”하고 부르자 남편은 다급히, 그리고 당황한 얼굴로 아내를 돌아본다. 두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았다. 남편의 얼굴에는 ‘아이고, 또 한 소리 듣겠구나’라고 씌어있다.

노래와 자막이 연달아 나온다.

‘신선할까 걱정은 / 교환·환불로 안심을 / 홈플러스에선 신선품질보증제’

이어 홈플러스 매장으로 장소가 바뀐다. 가족이 함께 장을 보는 장면이다. 한 눈에 보기에도 신선한 토마토, 바나나가 물기를 머금은 채 매대 위에 쌓여 있다. 아까와는 사뭇 다른, 뿌듯한 얼굴을 한 남편이 바나나를 건네자 아내가 “그래, 이거야”하는 얼굴로 함박웃음을 짓는다.

‘빼는 것이 플러스다!’라는 노래와 자막이 뜬다.

● 공감 가는 소재지만 억지스러운 연결은 마이너스 100점’

‘남편이 장을 봐 온다’, ‘아내가 불만을 갖는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다. 어느 가정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니까. 남편들치고 “여보, 퇴근길에 ○○○랑 XXX 좀 사다 줘”하는 전화를 달가워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이 공감 가는 사례가 이 CF와 어울리는가는 생각해볼 문제다. 왜냐하면 물건을 잘못 사 온 남편에 대한 아내들의 불만은 대부분 다른 데에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엉뚱한 것을 사왔다거나(매운돼지갈비양념을 사다달라고 했는데 샤브샤브양념을 사왔다던지), 너무 많이 사왔거나(남편들은 ‘1000원어치만 주세요’ 소리를 잘 못하는 경향이 있다), 아내의 기준에 비해 너무 비싸게 주고 사왔을 경우가 많다. ‘신선하지 않은 것을 사왔다’고 남편을 타박하는 경우는 이런 사례들보다 확실히 드물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선도를 꼼꼼히 살펴보고 사와야 할 만큼 ‘난이도가 높은 쇼핑’은 웬만하면 아내들이 남편들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아내들도 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다.

이 CF는 가정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공감 가는 현장을 잘 포착했지만 이후의 연결이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사실 막판의 ‘빼는 것이 플러스다’라는 카피도 이 CF에서는 생뚱맞다. 이 광고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시청을 하다 불현듯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졌다. 무방하다면 ‘빼버리고 싶은’ 광고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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