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구조조정’ 숨통 트인 현대그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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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고가매각으로 유동성 확보… 채권단 “회생까진 아직 갈길 멀어”

1조 원대의 인수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진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현대상선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채권단 등의 예상가(6500억 원 안팎)보다 두둑한 자금을 챙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자금 사정에 일부 숨통이 트였지만 회생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현대상선은 1일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매각 대금은 모두 산업은행과 협의해 운영자금으로 우선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빌린 3600억여 원부터 상환하고 나머지 6000억 원 정도를 현대상선 운영에 사용하겠다는 뜻이다.

채권단 관계자 역시 “매각대금이 일찍 들어오더라도 그 돈은 당장 만기가 돌아올 빚을 갚는 게 아니라 회사운영 정상화에 먼저 쓰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7일과 7월 7일 각각 만기가 되는 사채권자의 채무(총 3200억 원)를 갚는 데는 이번 매각 대금을 쓰지 않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를 사채권자들과 해외 선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다. 현대상선은 앞서 지난달 29일 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르면 채권단은 3개월간 채무를 유예해주는 조건으로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 채무를 조정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선주들이 협상을 지연시키거나, 만기 연장에 비협조적인 사채권자들이 “매각 대금으로 내 빚부터 갚아 달라”고 요구할 경우 자율협약이 깨지고 현대상선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될 수도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고통 분담을 하지 않으면 채권단의 지원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알려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김성규 기자
#현대상선#현대증권#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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