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호황 항만산업, 해운업 침체에 조마조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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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의 컨테이너야드 전경. 18일 첫 업무를 시작한 이곳에서 노란색의 무인 자동화 야드크레인이 방금 배에서 내린 컨테이너를 쌓고 있다. ㈜한진 제공
인천 연수구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의 컨테이너야드 전경. 18일 첫 업무를 시작한 이곳에서 노란색의 무인 자동화 야드크레인이 방금 배에서 내린 컨테이너를 쌓고 있다. ㈜한진 제공
지난해 한국 항만산업에서 개항 이래 역대 최대 물동량 기록이 쓰였다. 화물을 옮겨 싣는 ‘환적’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해운업이 위기에 처해 항만업의 호황이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8일 개장한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대로에 있는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 ㈜한진이 소유한 이곳은 이날 오후 2시 15분경 이곳에 도착한 ‘한진멕시코호’의 컨테이너를 하역하며 첫 업무를 시작했다. 35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크기)급의 이 선박이 안벽에 접안하자, 빨간색 안벽 크레인 3기가 붙어 거대한 컨테이너를 배에서 들어올린 뒤 대기 중인 야드트랙터(부두 내 운송 차량)에 실었다. 야드트랙터가 바로 옆에 있는 컨테이너 야드로 이동하면 노란색 야드크레인이 다시 컨테이너를 들어올려 5개씩 쌓아 정렬하는 작업을 했다.

이날 작업은 820TEU의 컨테이너를 내리고 680TEU의 컨테이너를 싣는 것. 보통 야드크레인 1개는 1시간에 24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데, 이곳은 시설이 자동화돼 1시간에 30개까지 처리할 수 있다. 중앙통제실에서 한 명이 여러 크레인을 동시에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효민 HJIT 사업본부장은 “빠른 작업 속도로 더 많은 물동량을 유치할 수 있고, 운영비가 적게 들어 수익성도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HJIT처럼 새로운 항만을 짓는 것은 국내 항만 물동량이 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항만 물동량은 14억4913만 t으로 2014년에 비해 2.3%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은 물동량 기준 세계 6위에 올랐는데, 세계 10대 항만 중 중국을 제외하면 물동량 증가율(4.0%)이 가장 높았다.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입 물동량이 정체됐는데도 물동량이 증가한 것은 환적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환적은 여객기에서 승객이 환승하듯, 화물을 중간 기항지에 내렸다가 다른 배에 옮겨 싣는 것이다. 환적은 일반 수출입 화물에 비해 하역작업을 두 차례 하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더 크다. 환적화물을 유치한 항만은 하역수입, 위험물 할증, 냉장보관료와 입·출항료, 접안료, 도선료 등 여러 수입을 얻을 수 있는데, 환적 1TEU당 부가가치는 11만8000원 정도다. 환적량만 따지면 한국의 부산항이 싱가포르와 홍콩에 이어 세계 3위다.

한국 항만이 환적에 강한 것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적 해운사가 속한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의 역할이 컸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물류연구본부장은 “국내 환적량 중 한진해운이 12%, 현대상선이 8% 정도를 차지한다”며 “이를테면 부산항이 모항(母港)인 국적선사들이 해운동맹 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같은 동맹에 속한 외국 선사들도 부산에서 환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만이 호황인 데 비해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업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운임으로 위기에 빠졌다. 물동량에 비해 배들이 커지고 수요에 비해 많아져 운임이 떨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하면 환적으로 버티는 국내 항만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항만 환적량은 지난해 7.3% 증가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0.8% 줄었다. 김 본부장은 “한국 선사가 없는 해운동맹의 선사들이 굳이 부산항을 거쳐 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천=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항만산업#해운업#한진인천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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